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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몽 Feb 13. 2016

공애정

3.누구세요?

병원에서 퇴원 후 어지러움증을 느끼며 애자언니  차를 타고 언니가 사는 아파트로 갔다.  지은 지 오래 된 아파트라 그런지 엘리베이터의 덜컹거림도 심했고 건물 표면이나 벽은 세월의 흔적 때문인지 지저분했다.

 ㅡ아파트가 좀 오래되긴 했지만 그래도 살만해 주변에 상가도 많고 지하철도 가깝고. 병원이랑 은행도 가깝지. 이 집이 전세가 얼마인 줄 아니?

나는  눈만 멀뚱했다.

ㅡ일 억 사 천이야ᆢ내가 번던 전세값에 다 꼬라박았다해도 과언이 아니지ᆢ정말 서울 사는거 징글징글해

두 개의 방을 왔다갔다하며 언니는 작은 방에 내가 누울수 있는 자리를 폈다.

ㅡ애정아. 몸 좋아질 때까지 언니집에서 지내 충주에 가려면 아직 이른 거 같구나
ㅡ충주? 언니ᆢ충주에 누가 있어요?
ㅡ애정아ᆢ

언니가 손을 잡으며 안되었다는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ㅡ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게 어쩌면 너한테 좋을 수도 있어. 난 솔직히  지금 너와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싶어ᆢ

 나는 언니가 말하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그냥 뭘 들어도 연결고리가 없어서인지 언니의 말은 의미없이 내 귀에서  비누방울처럼  퐁퐁 터질 뿐이었다.

ㅡ언니ᆢ충주 ᆢ

나는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ㅡ충주는 너가 살던 곳이지ᆢ오래됐어 너가 충주에 산거ᆢ 언니랑 같이 있다가  너가 이사갔어ᆢ그곳에서 넌 그림동화를 한다고 했지ᆢ 딱 한 번 그곳에 가봤구나ᆢ

 퇴원 할 때 의사가 한 말이 떠올랐다.

ㅡ기억은 언제든지 돌아 올 수 있어요. 익숙했던 것들을 자꾸 접할 수록 좋습니다. 살던 장소와 자주 접촉했던 사람도 좋구요. 너무 무엇을 기억해 내려고 애쓰진 마세요. 그게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어 기억을 방해 할 겁니다. 사랑하는 남자분이 계신가요? 옆에 계신다면 도움이 될 텐데요ᆢ

 언니는 가라 앉은 표정으로 조용히 고개를 가로질렀다.

 나는그런 언니와 의사를 멍하게 쳐다볼 뿐 내가 할 수 있는 답변은 찾을 수 없었다.

 의사는 하얀 물감을 칠한 것 같은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ㅡ행운을 빌게요. 공애정양ᆢ그리고 한달에 한 번은 꼭 병원 오셔야합니다. 약도 먹어야하고 정신과 심리상담도 받아야 생활에 적응하기 쉬울겁니다.
ㅡ네ᆢ선생님ᆢ행운을 빌어주세요.

  퇴원 후 언니  아파트에서 지냈던 한 달은 지루했다. 언니가 미용실에 출근하고 나면 나는 두 개의 방과 거실과 주방을  조용히 오가면서  화장품을 만져보거나 옷장문을 열고 언니의 옷들을 눈으로 훓다가 손으로 쓰다듬거나 냄새를 맡기도 했다.  내 기억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깨워 낼 수 있기를 희망했다.

 애자 언니의 방은 간결했다. 딱히 잡다한 물건도 없고 가구라고는 옷장과 서랍장 흔한 텔레비젼도 없었다. 나는 고요한 지하 무덤에 갇힌 것 같았다. 아파트 계단 아래서 울리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나 목소리는  내가 지상9층에 있음에도 지하무덤에라도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ㅡ언니ᆢ나 충주에 가고 싶어ᆢ

한달을 꽉 채운 어느날 나는 언니에게 부탁했다.


 충주집으로 온날 언니와 나는 깜짝 놀랐다. 현관문 앞에는 전자도어락이 집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교통사고가 났을때 누군가 나의 핸드백에서 핸드폰을 꺼내 핸드폰 분실시 비상 연락처인 언니에게 전화를 했고 나는 그렇게 언니의 도움을 받았다.

 핸드백은고스란히 내게 되돌아왔고 핸드백 안에 들어있던  현관키와 대문키도 무사했다. 도어락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언니가  몇 번 도어락 번호를 눌러보다가 도저히 안되었는지 열쇠 만드는 곳을 스마트폰으로 검색했다.  

  나의 핸드폰은 핸드백에서 밧데리 방전 상태로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핸드폰에 대한 생각은 충주에 와서부터였다.

  언니가 열쇠기술자를 부르려고 전화번호를 막 입에 올리려고 할 때였다. 아래층에  한 남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서 뛰어 올라왔다.

 ㅡ애정아!

 언니와 나는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았다.

ㅡ누.누구세요?

 언니와 나는 동시에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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