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시몽 Feb 19. 2016

나와 같은 병

중증

모든 게 핑계라고 자가진단 내립니다.

밤에 잠도 안자고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잠이 안들어요. 딱히 할 짓이 없어서 그럴겁니다. 직장 그만두고 한두 달 쉬면서 쓰고 싶었던 글이나  쓰고 싶었어요. 시간 나고 몸 피곤하지 않으면 쓸 수 있으리라고 스스로에게 기대했어요.

그런데 나는 초조만 늘어갈 뿐  진전이 없습니다. 춥다는 핑계로 외출은 거의 안하죠.  침대에 누워  티비로 영화 두 세 편 연달아 보면서 눈혹사 시키고 지쳐서 잠을 잡니다.

행복에 겨운 게으름에 목표한 글쓰기는 뜻대로 되지 않고 눈꺼풀 엷은 잠으로  하루 하루 도피 중입니다.

나는 스스로 자가진단합니다.

넌 게으르고 게을러 !

오늘은  내 생일이라 간만에 외출해서 쇼핑질을 했죠  다리가 점점 새 다리가 되고 밖에 나가는게 처음에는 굉장히 짜증났었는데 막상 시내를 돌아다니고 쇼핑을 하다보니 기분전환이 되었나봅니다.

실업자 신분으로 돈 아끼겠다고 벌벌거리다 엉뚱한 곳에다 돈을  쓰고보니 예상대로 폭풍후회를 했습니다.

 하지만 생일이니까ᆢ

일 년 동안 고생했으니 내 자신에게 선물을 줘도 괜찮다고 마음 돌렸습니다.

 그대신 난방비 절약모드로 돌변했죠.겨울이 갈 때까지 외투를 입고 생활하는 걸로 말이죠.아침과 낮에 침대에서 미적거리지 않기 위해  거실로 출근했다는 의미로 거실 실내화 대신 새 구두를 신었죠. 화장도 가볍게 하고 옷도 외출복으로 입구요.

그리고 식탁 겸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생각입니다.

  그동안 머리도 잘 안감고 세수도 잘 안했죠. 잠옷 바지에 양털같은 수면복  겉옷을 걸친 활자좀비로  생활했는데 이제는 이상한 겉옷 은 안입을 작정입니다.

외출 후 집으로 돌아온 뒤 의례 그랬던 것처럼 새옷 핏을 보기위해  거울 앞에 서서 1인 자가패션쇼를 시작했습니다.

신발장에서 외출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신발을 꺼내 신고  한껏 자아도취에 빠져서 허우적 거릴 쯤 

나는 제풀에 지쳐  주방과 거실 중간에 놓여있는 식탁겸 책상에  앉았습니다.

  문득 늘상 편안하기만 하던 주방과 거실이라는 공간이 사적이 아니라 공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신발을 신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발을 신고 거실과 방을 오갈 때의 느낌은 독특합니다. 같은 공간 다른 느낌이랄까ᆢ

 

쇼핑후유증일 수도 있어요. 과지출에 대한 일종의 정서불안 일 수도 있죠. 아무래도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되지 않느냐는 스스로에 대한 책망과 협박일까요.

 나는 새구두를 신고 탭댄스까지 췄습니다.

거실 바닥을 두드리는 것은 춤이라기 보다 자책의 발짓이었죠.

참고로 저는 탭댄스를 출 줄 모릅니다. 그냥 비스구레 발구르기를 한거죠.

 구두와 거실바닥의 도움으로 이상한 발놀림과는 다르게 소리는 그럴 싸 했죠.

이주 전에 아랫층 살던 남자가 이사를 가는 바람에 나는 거리낌없이 신나게 발을 굴렀습니다.

새 신발을 신고 거실을 걸어보세요. 거실을 지배하는 여왕 된 기분이 들거에요.

 화장도 하고 옷장에서 그 동안 입지 않고 모셔뒀던 옷을 말끔하게 차려 입고  

 거실로 출근하기 프로젝트!

반드시 깨끗한 새 신발을 신을 것!

과연 나는 얼마만큼의 성과를 낼까요?

소설 한 권은 쓸 수 있을까요?

 나는 이제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 준비를 할 겁니다. 나의 글공작 사무실인 거실로 말이죠.

하루에 A4 네 장 쓰기 ㅡ일단 한 걸음부터ㅡ 무리하면 초반에 아웃될 수도 있으니까요.

일단 이렇게 해서 핑계병을 극복해 볼 생각입니다.

현재 이 작업이 금전적 소득이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일종의 뻘질 삽질이겠죠.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니 충분한 가치가 있겠죠.

생각보다 잘 안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시작이 반이라잖아요. 마음 먹고 실천해 볼게요.

당분간만 이라도

후회가 남지 않도록 ᆢ

저와 같이  글 쓰는데 중독되신 분,

병증이 비슷하신 분은 나이 불문하고  친구가 되어주십시오ᆢ

우리가 글을 씀으로 글병에서 치유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나눠주십시오 .

이 병은 정말 솔직히 말해서 치유희박한 병입니다.

중증인 분은 그 병의 시초가 있었을 거구요.

병을 옮기고 있는 분도 계실거구요.

또 발병한 시기도 다양할 거라 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초등4학년 때부터였고 시초는 동시였으며 오빠가 강력한 보균자였죠.

현재 오빠는 국어를 가르치는데 한 때는 미친 시인이었죠.

 지금은 ᆢ뭐하고 있나ᆢ

일단 같은 보균자끼리는 안심해도 되고

참고로 독자도 보균자죠.

글을 읽는 사람들이 글도 쓰게 되는 걸 보면 말이죠.

활자를 봐야 생기를 느끼는 종족이 있습니다.

활자종족!

여기까지 읽으셨다니 저와 같은 종족이군요 ? 그런가요?












 

작가의 이전글 글 ᆢ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