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나를 알기에는 너무 먼 나
나는 혼란스럽다. 모든 것이 혼란 그 자체다. 핸드백에 들어있던 지갑에서 주민등록증을 꺼내 보았을 때 몇 번이고 숫자를 확인해 보아야했다. 공애정 680***
680***
기억을 잃고 처음 주민등록증을 봤을 때는 그냥 사진속 얼굴만 들여다보았다. 숫자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못했다.
일기장을 열어보지 않았다면 나는 출생년도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68년생을 계산해 보니 공애정,즉 나의 현재 나이는 마흔 아홉 살이다. 49세
믿을 수 없다. 주민등록증의 사진 속 여자는 아무리 보아도 나이 들어 보이지 않는다. 성형을 해서 달라진 현재의 얼굴과 사진 속 얼굴을 비교해보아도 같은 여자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나이가 이십대 후반으로 젊어보인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애자 언니는 나보다 두 살 많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언니가 자신의 나이를 말하지 않았던 것 같다.
두리뭉실 넘어가서 나는 언니의 나이를 안 거 같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젊고 발랄한 언니의 동생이라는 것이 내겐 나이에 대한 답이었다.
나이와 맞지 않는 주민등록증의 공애정과 지금의 나의 얼굴을 나는 설명할 수 없다.
거울 속의 나는 젊고 예쁘다.
그런데 이 얼굴이 49살이라고
나는 주민등록증을 손에 쥐고 두려움을 감춘 채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ㅡ언니,나에요ᆢ애정이ᆢ
ㅡ애정이구나ᆢ잘 있는 거지?
ㅡ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말투였다. 같이 있었을 때의 활달한 목소리 톤이 아니었다.
ㅡ물어 볼 게 있어요.
ㅡ응ᆢ물어 봐ᆢ
ㅡ언니, 내 나이가 몇 살이에요?
ㅡᆢ언제 물어보나 했는데 ᆢ 올 게 왔구나ᆢ
주민등록증 봤겠지ᆢ
ㅡ전에 봤는데ᆢ지금 보니까 68년 생이야 ᆢ
내가 마흔 아홉, 언니가 오십 하나인데 말이 안되잖아ᆢ언니가 젊은데 어떻게ᆢ
나는 맥없어 뒷말을 흐렸다.
ㅡᆢ이해 안되는 건 그냥 이해하지 마. 그냥 듣구 그렇구나 받아들여. 나도 그랬으니까.
당신은 68년생이 맞구. 단지 늙지 않을 뿐이야. 나이가 들긴 들었는데 항상 스물 여섯 살 이라고 했지. 유체이탈 하구 누굴 만났는데 그 이후부터 안늙는다고ᆢ 나도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당신이 기억을 잃어버려서 나도 어디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ᆢ난감해ᆢ
ㅡ언니가 나를 당신이라고 말하니까 좀 그러네
ㅡ그래도 할 수 없어. 지금은 그래야 하니까
ㅡ나에 대해 자세히 말해 줘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언니의 말에 울컥 화가 났다.
ㅡ자세히 말하면 내말 믿겠어? 그냥 혼란스러울 뿐이야. 그러니까 그냥 그냥 지금 이대로 사세요. 그게 더 행복할 거야ᆢ
ㅡ쉽게 말한다. 정말ᆢ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애자언니의 말에 상처 받았다. 혼란은 상처조차 먹먹하게 만든다.
ㅡ나도 쉽지 않았어ᆢ그것 만 알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