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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몽 May 20. 2016

기억에 물주기

초여름 그 열기

달리고 달리다 어느 순간 문득 걸음을 멈추고

나를 봅니다.

거울도  없이 나는 나를 보려 합니다. 거울이 있다해도 나는 더 이상 거울을 믿지 않 는 노안 이라는 눈을 가졌습니다. 흐리고 멍청해 보여지는 노안을  따라 나는 끝없이 멈추어 선 채  나를 보려합니다. 두 개의 눈 알은 초여름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따로 놉니다. 한 개의 눈알은 또렷함을  퍼내고 있지만,

다른 한 개의 눈알은 자꾸 어디론가 달아나려 합니다.  신들이 드나들고 머무는 한 쪽 눈알과 계속 시간에 삭혀져가는 다른 한 개의 눈알은 흐려져가는 내 기억과도 비슷합니다.

나는 문득 묻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시간 따라 나의 신들도 변했고 변해가고 나 역시 깊은 노안 따라 변해가고 있습니다.

어쿠쿠 하면서 일어나는  시간들ᆢ

탁탁 치마를 치는 마른 손

까슬까슬  마른 가시같은 손

그 손에 닿는 것에서는 부드러움을 긁어 놓습니다.

열심히 참 열심히  종이를 쌓고 끈으로 묶고

초여름 열기를 꽁꽁 묶고 있으려니

문득 나를 잊어버렸습니다.

수억 마리 매미떼가 큰나무에 붙어서 싸이렌처럼 울어대는 그때가 되면

나는 멍해버립니다ᆢ

내 존재ᆢ가 지금 흔들리고 있습니나.

여기서 ᆢ초여름에서ᆢ 폭염을 만날 때를 걱정하며 얼마나 더 ᆢ무엇인가를 갈망하며 기다리며 노력해야하는 지ᆢ

다시 뛰어갑니다. 마른 풀이 일어나고ᆢ신들이 오고가는 나뭇잎 사이의 구멍구멍을 나의 한쪽 눈알은 따라갑니다.

큰 나무는 성황당 나무가 되고

늘어진 신의 기이한 바람을 느낄 때

어쩌면 그때ᆢ나의 영혼은 성황당 나무가 되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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