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시몽 May 26. 2017

유체이탈

by 정담

  귀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고 안믿는 사람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귀신을 본다고 자랑하는 사람도 있고 자랑할 일도 못되는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한 번도 귀신을 본 적이 없다. 다만 귀신일까 의심되는 어떤 것들을 느끼는 적은 있다.  

 고등학교 다닐 때였을까. 읍내에는 여러개파의 교회가 있었는데 나는 친구 따라 강남가듯 감리교를 다니게 되었다. 친구는 부흥회가 열린다며 나를  부흥회에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목사가 하라는 대로 기도하고 거의 반은 미쳐서 기도하고 찬송을 불렀다. 그랬더니 내가 그 부흥회에서 목사에게 따귀를 맞는 일이 벌어졌다. 지금은 그것이 빙의였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때 당시는 컴퓨터도 없고 핸드폰도 없는 시절이었다.  지금은 그래도 정보검색이라도 할 수 있지만  도서관도 없는 산골 읍동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검증할 수 없는 경험 뿐이었다.

 목사가 나에게 물었다,

 -너 몇 살이야?

 -나? 일곱살(이 질문에 대한 나의 속 생각은  어 뭐지? 였다.

 그런데 불쑥 내 입에서 일곱살이라고 말한다. 어? 또 뭐지? 나라고 생각하는 의식은 작아져서 한 쪽 귀퉁이에 쪼그라있고 불쑥 말하는 또다른 자아가 있었다. 난 그 자아랑 대화를 나눠 보기도 전에 그 자아를 관찰했다.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자였다.

-거기에는 왜 들어갔어?

목사가 물었다.

나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입이 움직였다.

-이 얘가 기도를 하잖아요. 간절하게 하늘나라 천사를 보고 싶어해서 내가 들어왔어.

목사가 소리쳤다.

-이 마귀야 물러가라!

나는 목사의 말을 들으며  마귀는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귀라고 할 정도로 사악한 영혼은 아니었다. 단지 어린 일곱살 아이의 영혼일 뿐이었다.

 그런데 목사는 일단 그 영혼을 마귀라 칭했고 그 영혼을 내게서 떨어지게 할 요량으로 따귀를 때렸다.

그런데 웃기게도 맞았는데 아프지 않았다.

나는 흥분하여 오히려 소리쳤다.

-주여, 주여

따귀 서너 대 맞고 나니 난 본 정신이 힘을 얻고 현실과의 괴리감을 느꼈다.

 그 영혼은 금방 떠났고 나는 집으로 돌아가 나 자신 외에 또다른 어떤  존재에 대해 생각을 해보곤했다. 그게 뭐지?

그리고 그 이후부터 영혼과 명상관련 책들을 읽었다.

 기차에서 만난 여승을 따라 남쪽 시골 마을에 암자에 들어가 행자생활을 했을 때  후발로 들어온 행자가 있었다. 그녀도 나처럼 어렸다. 그녀는 철학과1학년을 다니다 행자로 들어왔다. 어느날 시골 암자에 둘이서 절을 지키고 있었는데 마을 한 아주머니가  아들의 사법고시 합격을 위해 기도해달라는 기도건이 들어왔다. 그때 당시 시골 동네에 잘 지어진 암자의 주지는  두 행자에게 절을 맡기고 출타중이었다.

 그래도 내가 한 살 나이를 더 먹었고 먼저 행자로 들어 온터라 그 암자절에서 내가 주지 대리를 했어야했다. 주지스님에게는 전화로 보고를 했는데 여러 말씀도 없고 그냥 행자가 알아서 하라는 말씀만 하셔서 도대체 뭘 믿고 알아서 하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머니가 준 50만원의 돈을 한푼도 남김없이 모두 제물비로 쓰고

나와 두 행자는 기도에 들어갔다.  아침 저녁에 매일 하듯 마지와 청수를 올리고 천수경을 외웠다. 그리고 잘되게 합격해달라고 기도했다.

 나는 천수경을 외우고 지장보살을 계속 염호했는데  부엌에서 마지를 짓고 올리던 행자가 기도가 끝자 나에게 놀라 말했다.

-정행자, 내가 앉아 있었는데 잠깐 졸은 거 같은데  그렇다고 졸은 것도 아니고, 그냥 눈을 반쯤 비몽사몽 뜨고 절 마당을 봤는데 커다란 용이 절마당에 버티고 있었어요. 그리고 저쪽  밥 덩어리 덜어서 놓은 곳에서  검은 연기같은 귀신들이 보였고 하얀 귀신도 봤어요.

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물었다.

-꿈 꾼거 아니야?

-아니래두요.  그리고 이어서 비몽사몽간에 하늘에서 바구니가 내려왔는데 산나물에 달걀이 담겨있더라고요. 머리에 금관을 쓴 어떤 남자가 책이 높게 쌓아있는데서 한 권을 빼서 내게 주더라고요. 혹시 이게 합격을 알려주는 부처님의 계시가 아닐까요?

-음... 그런것 같네...마지 올리고 나서 저 아주머니 조상 무덤에도 가봐야 하니 그렇게 알아요.

그때 나는 그 집 조상무덤에 왜 가야 한다고 했을까.

밑도 끝도 없이 그 말을 하고 그날따라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간단하게 떡과 과일과 술을 챙기고 마른 북어까지 챙기라 해서 그 아주머니의 조상 묘까지 갔다.

그리고 가는 길에 호수가에 용왕 신에게 북어를 올리며 축원을 했고 조상 무덤에 가서도 축원을 드렸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의아하다. 뭘 알고 했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했다는 게 답일 것이다.

 나는 어느 때 부터인가 마음에서 들려오는  메시지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나에게 뭔가 알려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냥 지나치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해서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아주머니의 아들이 사법고시에  합격을 했다. 합격했다는 소식은 직접 듣지는 못했다.  나와 그 행자는 그 마을을 떠나 본절로 갔고, 이후 들려오는 소문에는  사법고시 합격을 낸 절이라는 소문이 돌아서 신도가 늘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주지 스님이 나에게 잘했다고 칭찬도 했지만 아쉬움도 표현했다.

-어이구 50만원을 다 제물비로 쓰면 절 기름값은 뭘로 내. 조금은 남겼어야지.

-어머나 그렇네요. 몰랐어요. 그냥 모두 정성껏 제물비로 써야하는지 알았지 뭐에요.

나는 그렇게 아무 뒷생각이 없었다. 그저 정성과 성의만 생각하느라 돈 쪼개는 계산을 하지 못했다.

 스님이 알려줬으면 쪼갰을 텐데 내가 어련히 쪼갤 줄 알았나보다.

나는 그렇게  어린 나이 그때 스물 한 살이니 뭘 알겠는가. 절에 갓 들어와 행자 생활 하던 중이었고, 스님 출타중이었을 때 읽지 말라는 책만 서재에 들어가 혼자 일주일을 책만 읽어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읽었던 한글 해석 팔만대장경과 각종 불교서적 및 불교잡지를 읽었다.  예수만 물 위를 걷고 부활 한 줄 알았다가  불교 서적을 읽다보니  많은 부처와 보살과 아라한과 비구, 비구니가 육신통이라는 것도 하고 깨달아 해탈했다는 구절구절들을 읽고 눈이 깨이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렇게 도를 구하는 마음을 내었다. 이것이 평생 화두가 될 줄 몰랐다. 도가 뭐지? 나는 뭐지?

그리고 절에서 나온 이후로 그냥 중생으로서 여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아기를 낳고 경제활동도 하고, 그러면서 나는  절로 다시 들어갈 생각을 하였다.

 나는 사미계도 안 받았고 비구니 계도 안받았다.

그래서 나는 비구니는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을 절이라 생각하면서 산다. 그래서 지금은 절이 따로 필요없다.

  절에서 나와 보통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인간의 삶속에서 느끼고 배우는 것이야말로 닦기 힘든 도를 닦는 것임을 안다.

 넘어지고 쓰러지고 털어도 다시 흙이 묻지만 그래서 그런 인간임을 나는 사랑한다.

 인간이 인조로봇이 되는 걸 나는 결코 원치 않는다. 인간이 가진 한계성이 무엇인가.

 먹고 똥 싸는 것이다.

호흡하는 것이다.

 완벽을 향해 가려는 미완성의 존재...

하지만 그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존재... 그것이 인간이다.


다음편에 계속....


 

 

작가의 이전글 잭에게 보내는 콩나물 관찰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