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휘파람을 불어대던 녀석의 정체

새벽에 쉬---이, 휘---이 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린다면.

by 김리경

약 두세 달 전부터 새벽에 신경 쓰일 만큼 누군가가 휘파람을 불어대기 시작했다. 그것도 비교적 규칙적이고 오랜 시간 동안 말이다. 사실 혼자 있을 때 들으면, 언뜻 귀신 소리 같이 들려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기 충분했다. 반면, 야심한 새벽 시간대에만 정기적으로 불어대니 누군가에게 보내는 구조 신호이지 않을까 하며 모스부호가 아닐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러기엔 너무 규칙적이었지만...)


처음엔 몇 번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역시 늦저녁~ 새벽까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그렇게 몇 달을 들으니 어느새 익숙한 소리로 큰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새벽을 보냈다. 그러덜 날, 늦게까지 우리 집에 놀러 와 있던 한 친구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어디서 이상한 소리 안 들려?"


나는 바로 소리를 눈치챘고 그 친구에게 밤마다 규칙적으로 저 소리를 내는 이 있다면서 그게 뭔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궁금함을 이기지 못한 친구는 그날 검색창에 '밤마다 우는 소리' '밤에 귀신 소리' 등 온갖 검색을 통해 그 정체를 알아냈다.


그것의 정체는... 바로 '호랑지빠귀'였다. 나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새의 이름에 어리둥절했지만 지식인에 친절히 새의 울음소리 녹음을 올려둔 것을 들으니 빼박이었다. 그리고 소리의 정체를 알았다는 통쾌함에 단번에 이름을 외워버렸다.


호랑지.jpg


쉬---이, 휘--이 휘파람처럼 울어대던 녀석은 담황색에 검은색의 얼룩무늬로 장식된 새로 써 한반도 전역에 흔한 여름새라고 한다. 대부분 낮은 산지의 낙엽활엽수림이나 잡목림 속에서 등 우리를 틀고 4~7월 하순에 3~5개의 알을 낳고 주로 새벽녘과 늦은 밤에 울음소리를 내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지식 백과 참고)


몇 개의 글을 더 찾아보니 저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고 있다는 사람부터 새의 정체를 알아버린 사람은 새를 제거할 방법을 물어본 글도 있었다. 그럴 법도 한 게 한 번 소리에 귀가 트이면 저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오죽하면 귀신 새라는 별명까지 붙었겠는가.


순전히 저 소리가 궁금한 사람이 있어 글을 썼지만, 호랑지빠귀 소리를 알고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싶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밤마다 우는 영혼이 갇혀 있지 않을까 상상하면서 측은지심이 들었달까. 그렇다고 저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에게까지 앞선 말을 내밀고 싶진 않다.


뭐가 됐든 정체를 알고 나니 별거 아니어서 안도의 한 숨이 푹 나왔고 또 하나의 지식이 쌓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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