텁텁한 삶을 함께하는 전우(戰友)와 온화한 공깃속 잠이 덜 깬 사람들
첫 차를 타야했던 몇 안되는 이유 중 두 가지만 말해보자면, 설렘과 기대로 가득한 '에버랜드' 여정과 밑 빠진 통장을 채우기 위해 꾸역꾸역 나가야했던 '아르바이트' 때문이었다. 에버랜드 여정이야 전 날 잠을 설쳤어도 설렘이란 카페인으로 각성된 상태인지 도통 첫 차에서 잠이 오지 않았다.
반면, 아르바이트를 위해 첫 차에 발을 싣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의미가 변하기 시작했다. 대개 나의 루트는 오전 5시 17분~20분 사이 차고지와 한 정거장인 우리집에서 파란색 버스를 타고 약 20분을 달렸다. 그 후 공항철도에서 내린 뒤 인천국제공항 방향으로 가는 공항철도로 환승하기 위해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앞서 말했듯이 차고지로부터 한 정거장밖에 차이나지 않았던 우리집 정류장은 대부분 내가 첫번째 승객이었다. 그리고 단정한 커트머리의 여성분이 두번째 승객이었으며, 그 후 부턴 랜덤 승객들. 매일 같은 사람들이 동일한 시간에 탑승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나만) 뜻 없는 전우애가 생길 지경이었다.
누구보다 일찍이 하루의 문을 먼저 연 버스기사님, 낯 익은 승객들과 바퀴가 있는 네모난 강철 안에서 새벽 공기를 함께 나눠 마시니 텁텁한 삶 속 '그런 감정'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기다란 철도를 가득 채우는 캐리어들과 들뜬 여행객들의 속닥이는 가녀린 수다. 그리고 공항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피곤함이 공존한다. 마치 에버랜드와 아르바이트를 위해 탔던 과거의 나의 모든 순간들이 담겨 있달까.
내가 타던 인천공항 방향은 우리나라를 여행 후 본국으로 가는 외국인들이 다수였다. 조미김부터 한국에서 인기'있다'는 과자까지 관광 상품을 가득 담은 배부른 봉투들과 함께 그들의 마지막 기억에 내가 담겨 있다. 그러한 사람들을 볼때마다 아쉬운 마음을 갖고 떠나는 여행객의 감정을 느끼곤 한다.
이들과 함께 주어진 근무복을 입은 채 첫 차를 타는 사람들. 전자의 사람들에겐 아쉬움과 즐거움을 느꼈다면 이들에겐 부지런함을 배웠다. 언뜻 보기엔 우리 부모님과 비슷한 연령대로 정갈하게 지퍼를 채운 도톰한 근무 점퍼를 입고 팔짱을 낀 채, 대부분 미처 채우지 못한 잠에 들고 계셨다. 때문에 그들의 부지런함은 언제 부터 지속됐을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아무런 계획없이 늦은 아점(아침 점심)을 맞던 나의 낭비된 시간과 게으름을 돌이켜보는 반성의 시간이 저절로 갖춰졌다. 나에게 첫 차는 그런 시간들 이었다.
물론, 첫 차를 타기 위한 목적이 여행과 생계로 이분화 돼 있진 않겠으나 대조되어 보이는 두 가지 모습이 지하철 분위기를 더욱 특별한 공간으로 느껴지게끔 한다. 비슷한 듯 다른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 나의 공식적인 하루의 첫 장면들은 아쉬움 속 우리나라를 떠나는 사람들과 주어진 일상을 시작하는 등장인물로 늘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