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재(三災) 속 찾은 나의 첫 시작, 터닝포인트

엉겁결에 시작됐지만 도전은 진행된다.

by 김리경

Time


삼재(三災). 저 단어에 삶을 함축시킨 지난날이 있었다. 행복해야 했던 일조차 더 큰 악재가 밀려오기 전 쉼표일 뿐이라고 단정하던 최악의 삶. 그때의 나는 내게 일어난 모든 부정적인 일들이 저 단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스레 집 밖을 나서는 일도 줄어들었다. 침대 속 네모난 기기에 사로잡혀 내 삶을 부정하려고 다분히 애썼지만 폰을 끄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스스로에 대해, 마련해 둔 '자책'코스를 밟으며 하루를 종료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포털사이트를 이래저래 살펴보니 한 책을 소개하는 포스트가 눈에 띄었고 깔끔한 일러스트와 쉬운 책 소개가 꽤 마음에 들었다. 왠지 책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에 큰 맘먹고 집을 나섰고 교보문고에 도착해 그 책을 찾았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전의 내 삶에 독서와 책은 기근에 가까웠다. 재미는커녕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정말 싫었고 완독 한 책이 15권이 될까 말까였다. 그러니 앉은자리에서 한 권의 책을 단숨에 읽는 것은 거의 기인열전 아니겠는가?


손안에 착 감기는 책. 대충 교보문고 어딘가 앉아 책의 표지와 목차를 쑤-욱 훑어보고 곧장 첫 장에 눈을 들이밀었다. 뻐근해지는 어깨, 불편한 의자가 신경 쓰였지만 그 자리에서 약 3~4시간에 걸쳐 한 권을 완독 했다. 내가 기인이었다니.


그 책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내 삶 어딘가와 닮아 있었고 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정말 감사하게도 글로써 위로를 받는 순간을 얻었고 나는 그 부분을 터닝포인트라고 지정했다. 책으로 공감을 얻고 재미를 붙였다는 말이 상투적이게 들릴 수 있겠지만, 경험해본다면 그러니까 나와 같이 귀인 같은 책을 만난다면 아마도 독서의 당위성이 저절로 성립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내 삶의 진정한 독서는 이렇게 첫 시작을 맞게 됐다.


책 읽기는 자연스레 짧은 감상평 적기, 필사하기, 글쓰기 등과 같은 후속 행위를 일으켰다. 한 권을 덮음과 동시에 증발하는 내용들이 아쉬웠고, 기억나지 않는 것에 대한 일종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 시작한 행동이었다.


그 작은 행동들이 이상하게 '나도 글과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에 끊임없이 추파를 던졌고 결론은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정말 우연한 기회였다. 만약 짧은 포스트를 보지 않았다면, 그 책을 직접 보겠다고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면, 이 같은 것들을 귀찮음이란 이유로 실행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까지도 스스로 규정한 삼재 속에서 살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랬다면 책을 쌓아놓고 보지도, 어떤 책을 먼저 읽을지 고민하는 행동도, 세상에 멋진 작가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 채 살았을 테니 실로 '만약'이지만 안타깝다.


나의 시작은 의도치않았으나 도전은 이로써 진행되고 있다. 속된 말로 '초짜'지만 배워간다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결과를 위해서.


참, 삶에 나비효과를 준 책은 바로 송수진 작가의 「을의 철학」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