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에 샤땡 선글라스

로봇의 숨통

by 밴쿠버이작가
저녁 만들기에 끝이 보인다.




요리의 3/4 정도 진행 되면 난 발코니 문을 확 열어버린다.

그럼 열이 오를 때로 올라버린 주방의 열기가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발코니 문을 통해 훅 나가버리는 기분이다. 가족들이 식탁주위에 앉으며 한 마디씩 한다. “춥다 어디 문 열렸어?” “I’m cold mommy “


응응 닫을게-

우리 집 아침 또는 저녁식사 풍경이다.


캐나다 돌아온 지 2주 하고 하루가 지났다. 오늘은 애들 학교 드롭 해주러 나갔다가 집에 되돌아오는 길에 한국 가기 전 줄곧 쓰고 다니던 샤땡 선글라스의 행방이 궁금해졌다. 빨간불일 때마다 손을 여기저기 휘적거리며 찾아도 안 보이는 샤땡 선글라스. 마음이 급해졌다. 도대체 또 어디다 놓고, 아닌가..? 나 한국 가기 전에 잊어버렸었나..? 케이스가 어떻게 생겼었는지 오른쪽 깜빡이를 핸들은 꺾고 조금 한적한 동네길에 들어서자마자 잠시 옆으로 차를 붙여 세워 고개를 의자 아래로 쳐 박았다. 샤땡 선글라스 케이스…. 천 재질이었는지 딱딱한 재질이었는지. 아 정말 기억이 안 난다. 망할 기억력.


집에 가자마자 뒤져봐야겠네. 아 정말.. 도대체 왜 이래 나..


15분 전

지난주엔 첫째가 점심으로 맥도날드가 먹고 싶다 몇 번이나 말해 하루는 학교 점심시간에 맞춰 치즈쿼터파운더 세트를 사다 전달해 준다고 했다. 예상대로 점심시간반이 지나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엄마 언제 와-? “ 정말 지갑만 들고 튀어내려 가 다행히 점심시간 끝나기 15분 전 아들을 만나 따듯한 햄버거와 감자칩 그리고 스프라이트를 주며 말하려고 했다 미안하다고. 내 차 창문이 내려가자마자 아들이 먼저 말한다. ”Thanks mom!”


………




2시

어제 아침엔 애들을 내려주며 말을 전했다


오늘 치과 예약 있어 12시 반에 하나 너 먼저 픽업하고 이안아 넌 12시 40분까지 오피스에 나와있어 알았찌?


예약은 점심시간 지나고서 인데도 오전부터 마음이 어딘가 붕 떠 있는 기분이었다. 늦으면 안 된다는 마음 하나로 11시부터 11:10, 11:40, 12:01, 12: 08, 12:22분. 아마 족히 스무 번 이상은 시계를 본 거 같다. 계획대로 애들을 픽업하고 치과에도 늦지 않았는데 오피스에서 날 반기며 말을 전한다. “오 예약이 1시가 아니고.. 2시네..? 좀 기다려도 되겠어? “ 고맙게도 오피스 쪽에선 간호사 한 분의 쉬는 시간을 대체해주셔서 생각보다 길게 기다리진 않고 진료를 보게 되었다. 평소에 전화도 잘 없는 남편은 딱 이 타이밍에 전화와 날 꾸짖는다. 요즘 왜 그러냐고 말이다. 내 짧은 한마디에 그는 오히려 날 위로했다.


그러게, 나 왜 그러지, 어디 아픈가 나 어디 잘못된 거야..?.




참 아이러니 하다. 주부로서 오늘만 살아 단기 기억만 활성화되어있는 듯 난 주부 맞춤형 로봇이 되어 버린 거 같다. 업데이트는 거의 없는 로봇 말이다. 그 로봇이 버벅 거린다. 내가 버벅 거린다.


40대가 되어버린 작년 한차례 우울함이 날 세게 짓밟고 지나갔다. 30대에는 뭐든 “새 출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하늘을 치솟았고 실패하면 다시 하며 되지란 말이 당연했는데 40이란 숫자가 문젤까. 이젠 내 바구니 안에 있는 것들이라도 흘리지 않고 담아서 나머지 인생 잘 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요놈의 정신머리가 자꾸 그 바구니 밖으로 한 발씩 빼려고 능글맞게 군다. 미꾸라지 같이 말이다. 낮에 있었던 일은 그렇게 또 물 젖은 걸레가 지나간 축축한 걸레자국 먀냥 존재감을 무시하기 어려웠고 그냥 시간이 지나 마르게 내 버려두길 한다. 있었던 일은 그냥 있었던 일이니까-



난 저녁준비를 한다.

감자를 깎고 양파를 썰고 당근도 썰어 고기훅 던져 기름소금 두른 웍에 카레를 만든다. 있다 7시나 돼서 애들이 먹겠구나 했던 카레를 4시부터 서빙을 한다. 학교 다녀온 아들 보온 점심통을 열어보니 반에 반도 못 먹고 온 거다. 7 시인 저녁 식사가 4시로 당겨졌다. 카레와 치킨가스를 널찍한 볼에 담으며 녹음기라도 틀어놓은 마냥 난 시작했다.


아니 아침도 그렇게 조금 먹고 가구 점심도 안 먹고 오면 정말 난 모르겠다. 휴- 이렇게 안 먹고 또 쿠키 가져간 간식은 다 먹고 왔지? 어쩌고저쩌고


사실하지 않아도 되는 말인데, 그냥 “배고프겠다 어서 카레라도 먹고 우리 나가자- ”라고 하면 끝날 것을. 늘 보상받으려는 못된 내 맘 때문이 그렇다. 내가 오늘 아침부터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다 싸줬는데 내가 너 건강하라고 너 뼈 튼튼하라고 내가 너 내가 너….. 도시락 싸는 이놈의 캐나다. 점심메뉴가 캐나다 돌아온 지 2주 만에 바닥이 드러난 거 같아 사실 속상한 건데. 아직도 의문인10분밖에 주어지지 않는 아들 학교 점심시간을 알면서도 남겨온 보온통을 보니 그냥 화딱지가 났다.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나 너의 아침을 싼 나의 시간을 보상해 줘!! 사실 이런 막무가내를… 들키기 싫어 아들에게 썽 내며 나의 지저분한 코털이 잔뜩 삐쭉거리며 튀어나온 기분이다. 그래도 반가운 소식이 있다. 내일은 너도 나도 안 미안해도 되는 핫런치 날이다. 낮에 반가운 핫런치 리마인드 이멜이 오전에 온 걸 보고 다행이다 싶었다. 잠시 발코니 창문 열듯 한번 나에게도 쉼이 있으면 또 살만 하니까. 이번 주 마지막날인 금요일엔 아들 점심 싸기에 3/4는 진심일 거 같다.


밴쿠버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