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없던 것

6:50 am

by 밴쿠버이작가

“띠디디 띠디디 띠디디”

오늘도 알람이 울린다. 옆에서 숨소리만 들리는 남편. 내 눈은 존재감 없는 깜박임에 내가 살아있는지 이게 꿈인지 구분 안 가는 아침이다.


몇 분이 흘렀을까, 희한한 일이나 괴기한 일어나는지 잠시 숨을 고르며 기다려 본다. 땅이 뒤집힌다던지 창문밖에 빛이 어두컴컴해져 드디어 주님이 오신다던지.


고요하다.


시계를 보니 6분이 지났다. 현실이다. 무거운 몸을 가뿐한 듯 체면 걸며 일으켜 세워 화장실에 들어가 물부터

버린다. 어깨부터 등까지 새우처럼 굽어 오른팔로 턱을 괴고 생각한다.


오늘 점심은 뭘 싸지.


고양이 세수로 얼굴을 축인 뒤 스킨로션 앞에서 고민한다. 스킨만 바르까. 로션까지 바르까. 샌디위치를 쌀까 치킨너겟을 에프에 돌릴까. 생각하다 습관처럼 로션까지 발라버려 그런가 한다.


어둑한 주방에 내 오른발이 먼저 아침을 알린다. 불을 켜고 따듯한 물 한잔으로 목 축이려 캐틀을 켜고 기다리며 냉장고 문을 활짝 열어 스캔해 본다. 아. 어제 사다 논 밀떡이 있지. 간장 떡볶이. 오늘 애들 점심이다.


일어나자 아침이야,,


.. 띠디디 띠디디 띠디디.. 처음부터 날 대신 해줄 사람은

없다. 이상해도 괴상해도 내 앞에 놓인 건 날 위한 것이고, 꿈은 내 존재감의 환상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