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하지 못하게 된 것들이 있다. 비행기를 타는 것이 그렇고 바깥에 나가는 것도 그렇고, 그림을 그리는 게 그렇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혼자 몇 시간씩 비행기를 타면서 훌쩍 떠나던 나인데 어느 순간부터는 약을 먹지 않고는 비행기를 탈 수 없게 됐다. 혼자 외출하는 것도 그렇다. 친구와 약속을 잡고도 밖에 나갈 수가 없어 약속을 취소한다. 밖에 나가면 토할 것 같이 메스껍고 머리가 아프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고 멀미가 난다. 그래서 집 앞에 잠깐 나가는 것도 못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어느 순간부터 못하게 됐다. 나름 꾸준하게 sns에 업로드했었는데 내 그림들이 너무 구리게 느껴지는 거다. 그래서 못 그리고 있다.
요즘 나는 텅텅 빈 껍데기다. 나의 전부라고 여겼던 것들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부터. 살 이유가 사라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