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이 나를 지치게 할 때

by 유진

집에만 있게되면 핸드폰을 보는 시간이 많아진다. 나는 주로 그 때 그때의 감정들을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놓는데, 2017년부터의 나의 배설물같은 우울들이 메모장에 가득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꽤나 비슷한 생각들을 가지고 살아왔구나. 나는 꽤 오랫동안 우울과 함께 했구나. 매번 삶을 놓아버리고 싶었던 순간들을 어떻게 버텨왔구나. 천천히 읽어보니 그걸 지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여행도 있었고, 사람도 있었다.

나의 우울은 때때로 나를 지치게 만든다. 친구가 그랬다. 우울은 나의 반려이기에 그러려니 살아가야 한다고. 나는 언제쯤 초연해질 수 있을까. 우울한 내가 도저히 적응되지 않는다. 우울한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할 영원한 이방인인 것만 같다. 실제로 제대로 된 사회생활은 커녕 아르바이트조차 순탄하게 하지 못하는게 내 현실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고.

어디든 떠나고 싶어진다. 날이 춥지만 바다에 가고 싶다. 우한폐렴이 퍼지는 바람에 나의 유일한 도피였던 여행이 무산되어버린 지금, 내가 우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몹시 제한적이게 돼버렸다. 예전 여행 사진들을 둘러보며 추억에 잠길 뿐이다. 물론 여행이 끝나고 나면 우울은 나를 바닥까지 더욱 질기게 잡아 끌었다.

우울에 잔뜩 취해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주위에 아무도 없는걸 느낀다. 온전한 혼자. 이런 삶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이런 나는 어떤 경제적 활동을 할 수가 있을까 싶어 눈물이 나오려 한다. 그래도 나는 나름대로 몸부림 쳐왔는데 늘 엉망이 돼버려. 내가 하는 모든 걸 의심할 수밖에 없다. 나는 해낼 수 없을 것이다.

찬 바람이 파고든다. 며칠 동안 억눌렀던 눈물이 폭발하기 직전이다. 나는 남들을 진정으로 축복하고 사랑하기엔 스스로가 불행해서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다. 설사 무언가 한다 해도 진정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테지. 밤 아홉시가 넘어가는 지금, 하루를 마무리하며 한다는 생각이 고작 이런 거라니.

난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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