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약이 늘었습니다

리튬과의 2년 만의 만남

by 유진

대학병원에 한창 다닐 때 나는 하루에 약 8개쯤을 자기 전에 삼켜야만 했다. 그 안에는 지금의 +15kg을 만들어준 약도 있었고 손이 벌벌 떨리는 부작용을 낳은 리튬도 있었다. 개인 병원으로 옮기면서 나의 완강한 반대로 그 약들과는 이별했지만 어쩔 수 없이 리튬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정말 별 것 아닌 것들에 화가 자꾸만 나는 것이다. 아침에 커피를 강아지가 건드려 쏟아버렸는데,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욕을 하고 소리를 질러댔다. 안 되겠다 싶어 이틀 만에 병원에 가 이 일을 말씀드렸더니, 리튬을 다시 먹어보길 권하셨다. 어쩔 수 없지. 나의 극도의 예민함때문에 더 이상 주변을 망치고 싶지 않다. 손이 떨린다 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작은 것에 화가 난다. 씩씩대면서 울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가라앉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 화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것뿐이니까. 안정제도 받아왔다. 선생님은 이게 ‘이중방어’라고 하셨다. 적어도 리튬과 안정제를 먹는 순간만큼은 나의 예민함은 나의 마음 깊이 가라앉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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