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 안에는 무언가를 걸러내는 체망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부정적인 감정들은 찐득거려서 잘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아빠에 대한 내 감정은 찐득거리다가도 서서히 녹아내리는 이상한 물질 같다. 아빠가 죽었으면 싶다가도 가엾다. 아빠가 죽으면 엄마도 그렇게 될 것 같다. 한 때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내 안은 온통 진득거리는 물질 투성이었다. 날이 따뜻해져 그런가, 요즘 내 안의 망은 그 사이가 점점 넓어지는 것 같다.
나에 대한 혐오 또한 그렇다. 내가 너무 싫어서 견디지 못할 것 같던 때가 있었다. 나는 아예 그 진득한 덩어리가 돼가고 있던 중이었다. 조울증 약을 먹으며 찐 살 때문에 더 그런가 싶었는데, 물론 원래의 혐오가 심해진 것이지만, 아예 나 스스로에 관대했던 적이 없던 것 같다. 어쩌면 체망은 애초부터 없었을지도.
언제쯤이면 마음의 앙금이 모두 녹아 체망을 통과할까. 언제쯤이면 누군가에 대한 혐오가 없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스스로가 혐오스러워 엉엉 울지 않더라도 잠이 잘 오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왠지, 오늘 아침 혼자 아침밥을 드시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쯤이면 이 앙금들이 사라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