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겠습니다"

얄팍한 지식

by 유진

나는 지금 미술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전시 지킴이인데, 간혹 전시에 대해 또는 더 깊은 내용을 물어보시는 관람객들이 계신다. 그럴 때마다 나는 최대한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한다.

사실 이 미술관에서 일했던 적이 있다. 지금처럼 아르바이트가 아닌 유물 보존팀에서 말이다. 그때는 갓 대학을 졸업한 직후였고 마냥 신이 나서 일을 했었는데 중간에 이탈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고 미술관과는 영영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감사한 기회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그때 일을 하면서 분명 알았던 것들임에도 확실히 답을 드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얄팍한 지식들, 혹여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마스크를 뚫고 최대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전시장 구석에 서 있는다. 오늘도 나는 내가 무얼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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