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을까

by 유진

불행한 건 아니지만 울적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에 찾아온 아르바이트는 나에게 좋은 사람들이라는 큰 선물을 주었다. 나이도 다양하고 사는 곳도 다 다르고 공통점이라곤 예술을 전공했다는 점 정도일 뿐인데, 나는 이 사람들이 너무 좋다.

사실 그동안 나는 관계에 있어 어려움이 많았다. 늘 내가 모든 걸 망쳤다. 그래서 지금 이 행복을 얼마나 누릴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다. 또 내가 다 망쳐버리면 어쩌지 생각한다. 그럼에도 오늘을 지냈고, 덕분에 잘 보냈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스치는 것이다. 과연 내가 이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 인가 하고. 그동안 내가 망친 관계들은 나에게 다음의 관계에서 벌을 주는 것만 같았다. 나는 무언가로부터 늘 벌을 받는 기분이었고 행복은 내가 결코 누려서는 안 될 무언가였다. 갑자기 불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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