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병원

by 유진

금요일, 드디어 여섯 번째로 옮긴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어떤 선생님이 진료를 보시는지 어떤 분위기인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단지 지금보다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달 전에 예약을 했다. 여자 의사분이셨고 나를 지칭할 때 ‘자기’라는 호칭을 쓰시며 말 한마디 한마디에 호응을 해주시는 분이셨다. 대학병원에서 먹었던 약들을 들고 가 이 약들은 먹기 싫다고 말씀을 드렸고 이전 병원에서 먹은 약이 나와있는 약봉투를 차근차근 보고선 설명을 조곤조곤해주셨다.

초진으로 병원에 가면 설문조사 비슷한 걸 하게 된다. ‘나는 기회만 있으면 자살하겠다’라는 항목에 나는 주저 없이 ‘그렇다’에 동그라미를 쳤다. 아무런 고민이 없었다. 하루하루가 고통스럽고 내가 편안해질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라 생각했기에. 어쨌든 바뀐 약을 먹어도 (이틀째라 그런지도 모르지만) 불안감과 우울은 똑같이 닥쳐오는구나.

1월에는 도쿄로 여행을 간다. 그럼에도 이렇게 신나지 않은 건 처음이다. 혼자 하는 모든 것에 지친다. 여행뿐 아니라 앞으로 혼자서 해 나아가야하는 모든 것이 벌써부터 지치고 두렵다. 내 삶에 주인공은 없다. 나는 항상 주변인이다. 줏대라고는 없는, 엑스트라.

내일은 다시 출근을 해야 한다. 나는 괜찮은 척을 해야 한다. 하지만 자꾸 추근 덕대는 아저씨에 대해 팀장님께 말씀을 드릴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과도한 스트레스도 죽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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