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by 유진

새로 옮긴 병원에서 내 병명이 우울증인지 조울증인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일단 항우울제 용량을 높여보자고 하셨다. 약은 생각보다 잘 맞는 것 같다. 밤에 잠도 잘 자고 다만 쳐지는 기분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주말에 회를 잘못 먹었는지 노로 바이러스에 걸렸다. 일요일 아침에 문을 여는 병원이 있어 진찰을 받았더니 노로 바이러스란다. 약을 처방받고 이온음료를 한가득 사서 집으로 왔다. 오늘 출근은 역시 못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아침에 눈을 뜨기도 싫다. 해가 완전히 진 밤이 좋다. 밝은 낮이 싫다. 나만 세상에 동떨어진 기분. 어딘가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훌쩍 떠나버리고 싶다.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된지도 꽤 됐다.

일하는 곳에 추근 덕대는 40대 후반 아저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다행히 그분이 출근하는 날 나는 재택을 하기로 했다. 여러모로 짜증이 솟구친다. 대학원에 지원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교수님께 해명 아닌 해명을 해야 하고, 눈치를 봐야 하고, 아무튼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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