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인 새로운 정신과 방문이었다. 생각보다 짧았던 대기시간과 상담시간을 보내고 나와보니 대기실은 어느새 만석이었다. 이번 병원에서는 최소한 십 분은 선생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선생님 입장에서는 내가 처음 보는 환자이다 보니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신다.
첫날엔 나는 내가 너무 싫다고 말씀드렸다. 내 미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그래서 언제든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이다. 그날은 초진이어서도 그렇지만 거의 이십 분 정도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10에서 10까지 중에서 나의 상태를 말하라고 하시면 나는 늘 마이너스 상태였는데, 이번 주는 다행히도 -1에서 0을 왔다 갔다 했다. 선생님께서도 좋은 상태라고 하셨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내가 싫다.
자기혐오는 중학생 때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다. 초등학생 때와 중학교 1학년 때만 해도 내 외모와 꾸미는 것에 딱히 관심이 없었고 엄마가 사주는 대로 입고 다녔다. 그러다 사춘기를 겪으며 외모에 관심이 생기고 나를 꾸미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생긴 것이다. 어느 날은 버스 창가에 비친 내 얼굴을 보는데 너무나 혐오스러웠다. 그래서 누가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나같이 못난 애를 왜 좋아하지?’하며 되려 그 애를 피하게 됐었다.
내적인 부분도 하나도 좋은 것이 없다. 스스로가 여유가 없으니 남의 행복을 진정으로 바라지 못하고, 이 나이를 먹도록 본인의 주관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점이 너무나도 싫다. 내 주관이란 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저기 휘둘리니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남과 나를 비교해서 불행해진다. 선생님은 비교가 불행의 씨앗이 된다고 하셨지만 선생님, 저는 도무지 비교하지 않는 법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