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의 노래를 들으며 등교를 하고, 눈이 쌓인 날이면 해맑게 눈싸움을 하던 때가 그립다. 과거가 그립고 돌아가고 싶은 건 지금 내가 마주한 모든 것들에서의 책임 회피겠지. 어렸을 땐 모든 책임은 어른들이 지는 것이었기에 나는 마냥 해맑았다. 막연하지만 내가 어른이 되면 어떠한 모습이라도 괜찮은 어른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사실 어른의 모습이란 건 자라나면서 굳어진 하나의 모습일 뿐이었던 것 같다. 나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못난 어른인 것이고. 그래서 나는 조금 천천히 어른이 되어 가기로 했다. 어른도 언젠간 하나의 모습으로 굳어질 텐데, 그렇다면 나는 조금 발걸음을 늦출래.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런 사람은 ‘선한 사람’인 것 같다. 모두를 끌어들이는 선한 에너지가 있는 사람. 나는 그렇지 못하단 걸 깨달았을 때 사실 부끄러웠다. 나는 성악설을 믿는다. 그래서 ‘선’을 이상으로 좇는 것이라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항상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면 ‘되고 싶다’ 보다는 ‘되지 말아야지’가 더 컸던 것 같다.
요즘 어머니 일을 도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역시 쉽지 않다. 어쩜 저렇게 말을 밉게 하지. 속으로 욕을 삼키며 일을 한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다니! 배려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마음먹는 하루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