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대청소를 위해 내 방부터 차근차근 정리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버릴 게 꽤 많다. 구석구석 정리를 하다 보니 기억에서 잊혔던 많은 물건들이 나왔다. 그중 하나가 바로 대용량 아스피린이다.
2017년 정신과를 처음 다니기 시작하고 우울은 점점 심해졌는데 아마 가장 심했던 때가 2018년이었을 거다. 그 해에 나는 어디서 들은 게 있어서 대용량 아스피린을 샀다. 가끔은 바닥에 쏟아붓고 하나씩 집어 먹고 응급실에 가기도 했다. 웃기게도 딱 죽지 않을 만큼만 먹었던 게 신기하다.
아무튼 이 대용량 아스피린을 발견하게 됐는데, 우울이 병임을 인지하고 나서의 그 길고 길었던 시간을 지내온 게 스쳐 지나갔다. 나는 내가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았다. 아니, 그렇게 되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나는 살아 있다. 비록 아직도 병원에 다니고 있고 우울에 침잠되어 한없이 가라앉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살아있고 내일 아침에 눈을 뜰 것이라는 거다.
이게 좋은 걸까 생각했다. 내가 살아 있는 게, 지금도 이렇게 괴로운데 말이다. 그 약은 버리지 못했다. 생을 붙잡을 만큼 간절하지 못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