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푹 잘 수 있을까

by 유진

자기 전에 먹는 약을 다시 처방받아 왔다. 기절하듯 잠들었다가 눈을 뜨면 아침인 것이 너무나도 끔찍해서 한동안 안 먹었던 약인데, 잠이 오지 않다 보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과 이어지는 폭식 그리고 과소비를 견뎌나지 못했다. 선생님께서는 ‘아무래도 심심하다 보면 그렇게 된다’고 하셨다. 나는 왜 그 말이 가슴에 꽂혔는지 모르겠다. 내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는 건 나뿐만이 아니구나 싶어서. 심심할 겨를이나 있다니, 배가 부르는구나 싶어 말이다.

이상하게 다음 날 일정이 있으면 전 날부터 불안하다. 특히 오전에 나갈 일이 있으면 새벽에 자꾸 깨고 악몽을 꾼다. 누군가와 약속이 있으면 그 사람이 꿈에 나온다. 우리는 꿈에서 싸우거나 멀어진다. 나는 두려움에 잠이 깬다. 심장은 기분 나쁜 콩닥콩닥.

오늘은 열 시가 조금 넘어 진료가 있었다. 마을버스를 타고 나가는 그 짧은 길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진료를 받고 나오는 길은 대부분이 울적하다. 특히나 오늘같이 먹어야 할 약이 늘었을 때는 더욱더 말이다. 가족들에게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약이 늘었기 때문에 진료 주기가 더 짧아졌고 나는 요즘 밤에 잠을 잘 못 잔다는 것을. 이건 그들이 나를 걱정할까 봐, 걱정 끼치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은 약을 먹고 잠에 들 것이다. 아마 눈을 뜨면 내일 아침이겠지.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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