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은 베란다가 이어져있어 바깥이 훤히 내다 보인다. 그래서 달을 마음껏 볼 수 있다. 오늘은 보름달이 보인다. 나는 등을 지고 자겠지만.
요즘 들어 내 삶이 너무나도 하찮게 느껴진다. 아르바이트를 다시 시작했고, 설거지를 하다 손을 베였다. 다른 이십 대 아르바이트생들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복잡해진다. 기어이 쌓인 설거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어찌나 푹푹 찌는지.
손가락에 밴드를 붙였다. 나는 주말마다 일곱 시간을 서 있어야 한다. 다리는 붓고 배는 고프고 피곤하다.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내 삶은 어쩌다 이렇게 별 볼일 없이 망가져버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