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이가 드니 부모님도 나이가 들어버렸다. 어디 아프단 소리 한 번을 안 하던 엄마가 아프다고 혼자 병원에 다닌다. 나는 엄마랑 병원을 다니면서 혼자 병원에 오시는 노인 분들을 보며 기분이 이상했었다. 지금은 우리 부모님이 그렇다.
나는 부모님이 편찮으신 게 무섭다. 너무너무 무섭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 내가 아프다 시름시름 그들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으면 좋겠다. 이럴 때면 모든 책임은 어른들의 몫이었던 때가 그립다.
나는 정신과를 늘 엄마와 함께 갔다. 엄마는 내가 입원했을 때 매일같이 병문안을 왔다. 엄마는 이제 혼자 병원에 가신다. 내가 같이 간다고 하면 싫어하신다. 아픈 모습을 보이기 싫으신가 보다.
오늘도 엄마는 손에 찜질을 한다. 어찌 70세 노인의 손을 하고 있느냐고 병원에서 물었단다. 엄마의 고생을 나는 너무 모르고 자랐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