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녹음, 우거지다
그러니까 너의 목소리를 들려줘
아주 자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을 보며 “저 나무는 바람결에 무엇을 찾으려고 저렇게 많은 손들 내밀어 부단히 뒤지고 있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내 눈엔 참으로 그렇게 보였던 순간이 몹시 많았다.
특히 겨울엔 그 손짓이 더 허망해 보였는데. 앙상해진 손마디마다 시뻘겋거나 혹은 시퍼렇거나. 아니면 (연말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라면 시력 따윈 포기해도 된다는 기세로) 뺜쨕거리는 전등을 휘감고도 ‘뭐라도 찾는 시늉이라도 해야 내 존재의 의미를 증명하는 것 아니겠나!’ 하는 결의 가득 찬 손짓을 멈추지 않는 바. 허망할지언정 스스로 운동 에너지를 끊임없이 발산한다는 점이 고맙기까지 했다.
없는 살림에도 겨울에 자리를 양보했던 저 가난한 가지 속에 이토록 많은 초록이들이 숨어 있었다니. 여러 번의 계절을 경험해도 매번 경이롭게 느껴질 뿐이다. 그저 나는 감탄하고, 최선을 다해 감탄하고 예뻐해 줄 뿐이다. 그게 내가 계절의 흐름에 관심을 두는 방법이며, 이 외에 달리 해 줄 수 있는 건 없어 보인다.
와아- 하고 저기서 우당탕 달려오다가 둘셋 정도는 제 신남에 못 이겨 넘어지기도 하고,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찬란하다. 어김없이 웃음소리들이 섞여 있고, 밤에는 더 많은 웃음이 터져 나온다. 울음도 간혹 있다. 야외무대에선 악기 조율이 한창이고, 두근거리는 소리들이 저녁 7시를 가득 채운다. 알 수 없는 향기가 야릇하고, 익숙한 촉감들은 더 생생하다. 귀가 간질간질, 눈은 어질어질. 5월이다.
이 녹음의 계절이 내뿜는 소리를 전부 녹음해 저장해 두고 싶다. 녹음의 자리엔 늘 녹음이 있다는 걸 잊지 않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