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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현 Apr 20. 2022

무수히 감사한 것들

양곤 여행기

그동안 많은 사람들과 있으면서 에너지를 많이 써서인지 혼자있는 시간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 무언가 꽉 차 있어서 조금씩 흘려보내는 기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아침은 느지막히 시작했고, 모든 것을 순조로웠디. 유심카드도, 점심식사도 생각해보니 모두 친절한 사람들로 가득찼다. 넘치지 않게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으로 베풀어준 친절. 적당하여 덕분에 즐거웠다. 

 

 오늘의 미션은 론지를 사는 것이었다.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역시나 선택권이 지나치게 많았다. 디자인부터 원단종류,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을 사는 것과 원단 산 후 론지를 만드는 것, 게다가 블라우스까지 같이 어울리는 것으로 사려고 하니 블라우스의 디자인에 색깔에.... 머리가 지끈해지는 지경이었다. 그 와중에 옷은 얼마나 좋아하는 지 절대로 아무거나 사고싶지 않았다. 몇 번 입지 않을 걸 알았지만, 그래서 더 신중하게 고르는 나의 기념품이었다. 거의 2-3시간을 쉬지않고 돌아다니다가 아니, 뛰어다니다가 결국엔 시장이 문을 닫으면서 급하게 샀다. 다음날까지 미루면 정말 너무 힘들어질 것 같아서 스스로 선택의 폭을 좁히려고 했다. 블라우스 6000짯, 원단 9000짯, 수선비 11000짯 해서 세트하나 블라우스 하나 샀다. 




 보족시장에서 쉐다곤가는 방법은 분명히 버스가 있을 텐데 구글에는 나오지 않았다. 시장에서 물어서 눈치껏 정션시티 앞으로 갔다. 버스를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 중 영어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골라 물었더니 버스는 없다고 했다. 몰라서 그렇게 말한 것 같아 그냥 알겠다 하고 기다렸다. 

잠깐 앉아있는 데 옆에 남자 한 명이 앉았다. 대충 느낌이 영어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눈치보고 재빨리 물었다. 영어를 썩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말을 알아들었고, 공항버스를 타면 갈 수 있다고 알려줬다. 그러면서 그 사람을 다시 봤더니 참으로 잘생긴 남자였다. 마침 공항버스가 왔고 나는 나만 가는 줄 알고 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버스를 올라탔는 데 그 사람이 타고 있었다. '아니 그럴꺼면 나를 데리고 타던가...' 친절에 익숙해 당연하게 여기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이었다. 사람이 많아서 서있다가 두세정거장 후에 사람들이 빠지면서 뒤에 앉으려고 돌아봤더니 그쪽에 앉아서 손을 흔들며 아는 척을 했다.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앉아서 10분만에 갈 거리를 트레픽잼때문에 30분을 같이 갔다. 영어를 썩 잘하지는 않았지만 어느정도 소통에는 문제없었다.  보면 볼 수록 건장한 청년이라 마음이 아주 좋았다. 내릴 쯤 되어서 무슨 말을 했는 데 내가 못알아 들으니 노트에 써서 알려줬는 데 자기 연락처였다.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하는 데 이것은 조금 지나친 친절이 아닌가해서 갸우뚱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인스타그램을 나누고 헤어졌다. 내 미얀마 여행 3주내내 보호자가 되어준 션과의 첫만남이었다.


해가 금새 저물었고, 마음이 급해서 발도 빨라졌다. 육교를 건너는 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아직 먼거리였지만 선명하게 반짝이던 탑의 모습은 황홀했다. 기대에 부풀어 사원으로 향했다. 대개 기대를 이기기가 쉽지않은 데 기대를 우습게 만들만큼 엄청난 규모였다. 그리고 설명하기 힘들만큼 아름다웠다. 쉐다곤파고다에는 각자 태어난 요일의 동물에 기도를 한다. 구경하던 중 한 미얀마 아저씨를 만났는 데 놓아주질 않고 가이드를 해주었다. 사실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였다. 빠져나갈 방법을 몰라 계속 듣다가 화장실을 구실로 빠져나왔다.  아저씨의 말로는 자기 나이만큼 동물상에 물을 붓고 기도를 하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고 했다. 내가 잘 이해를 한 건지 아저씨가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는 지 알 수 없다. 생각하는 대로 믿는 게 인간이라 그냥 그러기로 했다. 사원을 천천히 돌며 나와 내 주변사람을 위해 기도를 했다. 긴 여행이다보니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사기가 힘들었다. 무언갈 사는 것은 곧 짐이 되니까. 그래서 선물하는 마음으로 모든 진심을 담아 정성스럽게 한명, 한명 기도를 했다. 엄마를 위한 기도를 할 때였을 때 무언가 알 수 없는 북받침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리고 마음껏 울며 기도를 하는 데 마음이 평안했다. 평화롭고 고요했다. 이 기도는 어쩌면 나를 위한 기도였던것 같다. 소중한 마음으로 누군가의 행복을 빌어주는 일은 나를 평안하게 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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