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무려 칠십년은 더 살아야 한다는 현실앞에서

by 현현

로이 : 나는 말이지, 어른들이 백년을 어떻게 사셨나 싶다? 정말 대단들 하셔... 그 세월 다 살아내시면서 건강까지 챙기신거잖아. 믿을 수가 없다.. 정말. 고작 서른 넘은 지 한두해 밖에 안됐는데도 숨이차고, 모든 게 여전히 어렵고 도전 같기만 한데 그 분들... 40대, 50대, 60대 그 모든 시간의 문제를 다 해결하고 살아내신 거잖아...(너털웃음) 물론 원하는 만큼 해결을 못하셨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 시간을 버텨내신 건 해결한거나 다름없지... 대체 다들 어떻게 하신 거야...!


지지 : (로이를 살짝 쳐다보며 피식 웃는다) 그러게 말이다. 이 시간들을 다 겪으셨단 말이지...? 심지어 지금 어르신들 젊은 시대는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폭풍의 시대 아니야? 일제강점기 어느 때엔가 태어나셔서, 전쟁, 민주화 운동해결하시고, IMF까지 겪으셨을 텐데... 허허허(실없이 웃는다)


로이 : (이마를 짚으며) 난 정말 하나도 모르겠어..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내 삶을 내가 꼬아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피어나다가도 만약에 모든 삶을 공짜로 누리게 해 주겠으니 무엇을 하겠냐 묻는 다면 주저 없이 이곳에 남아 공부하기를 택할 것 같거든. 그럼 이게 맞는 거잖아. 가장 순수한 마음이 대답하는 일을 해야 하는 거잖아...! 근데 현실은 공짜도 아닐뿐더러 돈이라는 필터를 걸지 않고서는 땅 위를 걸을 수가 없다. 현실성이라는 건 뭘까 지지..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무모함이냐고 대체..!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흥분을 한다)


지지 : (로이 등을 토닥이며) 진정해 봐

(한참을 엘리베이터 스크린을 바라보다) 해봐야지 뭐.


로이 : 무서워. 내가 넘을 수 없는 무시무시한 산 앞에 서서 배낭하나 메고 있는 기분이야. 감히 내가. 무서우니까 자신이 없으니까 이 산을 내가 왜 넘어야 하는지 이유를 자꾸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 물론 꼭대기에 도달하면 엄청난 성취와 운이 좋다면 경제적 여유도 얻겠지. 그런데 난 그런 것 없이도 잘 살 수 있고, 잘 살아왔단 말이야. 그럼 꼭 저 산을 정복해야 하는 거야? 내가 좋아하는, 잘 아는 그 길로 가도 난 잘 살아 낼 수 있을 것 같단말이야...

휴... 근데 사실 다른 마음 한편에서는 저 산을 넘어보고 싶어.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만난 산들은 갖은 핑계를 대어서 피해 간 것 같거든. 그래서 지금 한번 넘어보고 싶어. 그런 이상한 도전정신이 피어나고 있어. 이게 진정한 공포 아니겠어. 인생 걸고 도전하는 삶. 하.하.하(딱딱하고 경직된 웃음)


-띵동, 엘리베이터가 도착한다.


지지 : 타자! (로이의 손을 잡고 이끈다.)


로이 : (처진 어깨로 따른다.) 괴롭다 괴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