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퀴시 만들기

즐거운 가위질

by 불꽃장작
스퀴시 만들기 (1호가 찍어준 사진)

올여름,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다가오고 나는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쉬고 있는 언니에게 부탁을 했다.

언니는 정말 감사하게도 선뜻 본인이 아이들을 봐주겠노라 했다.

거리가 너무 멀어 직접 데리러 오겠다고까지 하니, 이런 은혜가 어디 있을까.

그렇게 일주일을 이모네 집으로 간 아이들은 사촌 언니, 오빠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 한 가지 재밌는 것을 배워왔다.

그것은 바로 스퀴시 만들기.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도면을 인쇄한 뒤, 가위로 오려 그 안에 솜을 넣고 테이프로 붙여주면, 아이들이 그것을 가지고 역할 놀이를 하며 놀 수 있다.

이모에게서 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워온 1호가 나에게 훈수를 둔다.

"엄마~ 이모는 그렇게 안 했어~ 이건 이렇게 하는 거야!"

그래, 잘 배워 왔구나. 기특하면서도 옆에서 쫑알거리는 게 얄밉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만들어주기 시작한 스퀴시가 한 박스가 되고 두 박스가 되고 보니, 아이들도 물론 좋아하지만 나에게도 이상한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종이인형이 인기였다. 문방구에서 파는 종이인형을 사다 오려서 여자인형에 옷을 입히고 신발을 신기고 모자도 씌워주는 놀이이다.

언니와 재밌게 했던 기억이 있다.

스퀴시를 만들다 보니 종이인형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하나하나 오리는 가위질에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내가 가위질을 좋아했던가?

뭐든 손으로 하는 것은 좋아하는 편인데, 40년 넘게 찾지 못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스퀴시를 만들면서 찾았다! 하하.

하면 할수록 더 좋은 가위를 쓰고 싶고, 더 완벽하게 오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그렇게 하루에 몇 시간을 앉아서 가위질을 하니 손가락과 손목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아, 뭐든 좋아하는 것도 무리하면 안 되겠구나.

며칠 쉬었다가 아이들에게 하루에 한 개씩만 만들어주기로 약속하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도면을 찾는 그 시간부터 즐겁다.

아이들이 잘 가지고 놀아주면 그것도 너무 좋겠지만, 만드는 과정의 즐거움에 이미 푹 빠져버린 나다.

그리고 이제는 아이들에게 만들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서 그냥 오리고 싶어서 찾기 시작한 것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 하나 재밌는 취미가 생긴 것이다.

아이들은 엄마가 함께 해주는 시간이 즐거운가 보다. 그리고 아이들도 엄마가 가위질을 좋아한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 신기했다.

역시 엄마가 즐겁고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한 것 같다는 깨달음이 또 한 번 찾아왔다.

아이들이 즐거워야 엄마도 즐겁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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