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세상, 미니어처

(&작은 보탬이 되는 돈벌이)

by 불꽃장작

첫째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휴직이 끝날 즈음, 코로나19가 발병해 복직을 고민하고 있었다.

오랜 기간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싶지 않아, 어린 딸의 어린이집 등, 하원을 시어머니께 부탁드리고 출근을 하기로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아직 잠들어있는 아이를 아기띠에 안고 집을 나선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시어머니댁에 도착해 눈만 뜨고 있는 아이를 놓고 출근을 한다.

그 당시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환승가능 횟수를 모두 채워가며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래도 출근하는 게 즐거워서 힘든 줄 모르고 강행했었던 듯하다. 그렇게 1년이 지났을 무렵 둘째가 선물처럼 찾아왔다.

주말부부에 워킹맘으로 일하고 있던 터라 둘째까지 혼자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오랜 고민 끝에 퇴직을 결심하고, 대신 아이 둘을 육아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가지고 있는 자격증이 많지 않아,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 몇 가지 되지 않았고, 적지 않은 나이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출퇴근 당시 집 앞에서 매일 같은 시간에 버스를 탔는데, 그때마다 마주치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예상했다시피,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은 아이를 안고 양손에 가방을 2개씩 들고 타는 애기엄마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서로 자리를 양보해 주시고, 가방도 들어주신다며 손을 뻗으신다. 지금도 그때를 회상하면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때 만났던 분 중에 유독 나를 안쓰러워하시고 도움을 주고 싶어 하신 분이 계셨는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 주라며, 나쁜 사람 아니라며 손으로 연락처를 적은 종이를 건네주셨다.

처음에는 의심도 있었으나, 매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분께 정이갔다.

이제 회사를 그만두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본인 동생이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번 찾아가 보라고 권해주셨다.

손으로 하는 것을 좋아해서 찾아보고 있었는데, 무척이나 반가운 권유였다.

그렇게 찾아간 공방에서 미니어처, 클레이, 종이접기를 배우고 자격증을 습득한 후, 지금까지 관련 일을 하고 있다.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나에게 맞는 일일까,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걱정이 피어나지만, 일단은 시작을 해보기로 했다.

3월에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6월부터 미니어처 만들기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들과 처음 하는 수업이 어색했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기도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과 미니어처를 완성하며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일을 하지 않고 아이들만 바라보며 살아가면 스스로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에 어떤 일이든 하고 싶다, 해야 한다는 생각만 막연히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만들기에 대한 마음가짐이 조금은 변한 느낌이다.


더 노력하고, 더 배워서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좋은 신호가 아닌가.

앞으로 걸어가고 싶은 의지가 생긴다는 것.

누가 그랬지, 삶은 버티는 거라고. 포기하지 말고 버티라고.

언제까지 해야 하지, 일이든 육아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순간순간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러면 그래, 오늘도 버텨보자, 하는 생각에 또 힘이 나기도 한다.


만들기를 취미로 좋아해서 일로 연결하고 싶어 했던 때에 우연히 좋은 인연을 만났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며 버티고, 무언가에 대해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살다 보면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도 배웠다.

어디까지 나의 길이 이어져있는지 모르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즐겁게 오늘도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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