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즐거움
예전에 이력서를 쓰다 보면 취미를 쓰는 란이 따로 있었다. 어김없이 '독서'.
딱히 내세울만한 취미가 없기도 했고,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해서 독서라고 적었다.
또 소개팅을 하다 보면 "취미가 뭐예요?"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수줍은 듯, "책 보는 거 좋아해요~"라고 답했던 것 같다.
그러면 딱히 돌아오는 공감 섞인 답변이나 더 나아가는 질문은 딱히 없었다.
내 기억에 의존하면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넘어가는 무렵부터 책을 좋아해서 읽기 시작했던 듯하다.
용돈을 모아 서점에 들러 읽고 싶은 책을 사고는 집에 와서 투명지로 책 겉면을 포장했던 기억도 난다.
(그 당시에는 교과서도 겉면을 포장하는 유행이 있었다.)
그때부터 책을 아껴본다고 해야 할까? 책을 180도로 펼친다거나 접어서 보는 것도 극도로 싫어했던 것 같다. 유난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한번 본 책을 여러 번 읽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지금도 책장 한편에 고이 모셔져 있다. 포장된 채로 말이다.
본격적으로 책에 빠져 살았던 시기는 20대 후반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그때에는 출퇴근하는 지하철에서 열심히 책을 읽었다. 소설을 좋아해서 소설책만 파던 시기였다.
한때는 부끄럽지만 소설가를 꿈꿨던 적도 있었다. 객관적인 판단하에 금방 접었다. 하하.
회사일이 너무 많고 바빴던 그때는 회사, 집만 반복하며 반복적이고 지루한 일상에 한줄기 일탈 같은 것이었다, 소설책은.
퇴근 후 지하철을 타는 순간 서있든, 앉아있든 책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힘들었던 업무, 버거웠던 인간관계 등을 소설책 속으로 빠져들면서 잊어버리려 노력했던 시기였다.
그때 조정래의 장편소설들과 박경리의 <토지>를 모두 독파했다. 즐거웠다.
첫 아이를 낳고 육아에 매진하다 보니 단 10분이라도 집중해서 책을 읽을 시간이 쉽게 나지 않았다.
주말부부였던 남편이 오는 금요일 저녁이면 남편에게 아이를 잠시 맡겨두고 작은 방으로 홀로 들어가 라디오를 틀어놓고, 일기를 쓰거나 책을 읽곤 했었다.
10분 정도 지나면 어김없이 남편이 '똑똑' 하고 방문을 두드려 (아이가 응가를 했거나 울거나, 혼자 해결하기 힘든 문제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나마도 오래가진 못했지만, 그 시간이 참 좋았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서점이 생겼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어 얼마 전에 방문했다.
책을 좋아하는 좋은 친구와 함께 방문해 커피도 마시고 책을 읽는 그 시간이 짧았지만 행복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만 읽거나, 소설책만 보던 예전과는 다르게 요즘에는 좀 더 다양한 책들을 접해보려 노력 중이다.
그리고 다독도 좋지만 같은 책을 두 번, 세 번 읽으면 느껴지는 바가 또 다르기에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어보자는 목표도 새로 세우고 있다.
책을 읽고 느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는 로망이 있었으나, 이번 생애에는 실패했기에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좀 더 즐거운 독서를 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