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를 관찰하고, 엄마는 나를 관찰하고

고선영성장에세이

by 작가 고선영


어제 애니메이션 ‘소울’을 봤다. 벌써 세 번째 보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죽음 이후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교회를 다니며 천국이니 지옥이니 하는 소리로 세뇌가 되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사람이 태어나서 살아가고 또 죽음을 맞이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다.


최근에 나는 내 인생의 목적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인간이 태어난 건 정말 특별한 확률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내 인생에서 ‘1등’을 찍은 적이 이미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는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태어났기 때문에 생명을 유지하는 가장 기초적인 노력은 해야 하지만 그 외 뭘 꼭 해야 한다는 부담은 갖지 않아도 된다. 벌써 대단하게 뭘 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모든 것을 다 넘어섰다. 궤변인지 뭔지 모르겠다. 그럼 누군가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지금 당신이 하는 많은 일들은 다 무엇입니까?” 나의 대답은 이렇다. 그냥 하는 것이다. 나에게는, 내 삶에는 목적성이 없다. 그냥 오늘 눈 떠 보니 살아있기에 사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살 수도 있지만 나는 나를 먹여 살려야 할 의무와 책임은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 것이다. 재밌어서 하는 것이다. 원대한 꿈을 갖는 것은 우주 밖에 있는 누군가가 본다면 다 개소리일지도 모른다. (가수 신해철도 이와 비슷한 소리를 했다만 내가 유튜브에 입문해서 그 영상을 본 건 최근이다)


내 마음이 죽자고 애쓰던 순간에서 반대지점으로 돌아섰을 때부터 내 마음은 ‘나’라는 인간의 그 한계성을 시험하고 있다. 사노 요코의 ‘죽는 게 뭐라고’에서는 죽음 이후의 세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승에 사는 사람들의 상상의 산물이라고. 어쩌면 애니메이션 소울에 나온 것처럼 우리는 죽으면 ‘빠직’하고 정전기처럼 흡수될지도 모른다. 아니 이마저도 그저 우리의 상상일지 모른다. 천국이니 지옥이니 하는 그런 건 우리의 뇌가 마지막까지 몸부림치며 만드는 영화일지도. 왜 내가 죽음에 대해 어릴 때부터 차곡차곡 생각 해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엄마는 이제 정말 많이 늙었다. 얼굴에 주름이 정말 많다. 머리는 거의 흰머리다. 정확하게는 누런 금발과 은발의 중간. 저녁에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엄마는 방에 앉아서 기도한다. 들어 온 인기척을 하고 나서 바로 내 방으로 들어간다. 누가 봐도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말을 듣게 된 엄마, 아빠를 생각하면 ‘죽음’도 자동적으로 떠올리게 된다. 그건 엄마, 아빠도 마찬가지다.


나는 엄마를 관찰한다. 엄마 말고도 나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걸 무의식 중에 많이 한다. 그런데 엄마는 나를 관찰한다. 우리는 서로를 관찰한다. 관찰한다니까 어쩐지 채집통에 갇힌 잠자리가 떠오르지만, 우리의 관찰에는 그보다는 좀 더 끈끈한 애정이 있다. 게다가 나는 우리 엄마가 낳았다. 이건 많은 부분 닮았다는 이야기다. 엄마가 고집을 부릴 때 나를 느낀다. 나도 고집쟁이인데 우리 엄마를 닮은 거다.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우리 엄마 닮은 것 중 하나다.



요즘 나의 가장 큰 재미는 ‘나’다. 누군가가 나에게 ‘자기애’가 강하다고 했다. 그 말에 당장은 수긍했다. 그렇지만 언제나 칭찬인지 비난인지를 가르는 내 자아가 이후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순간 당황했었다. 나는 자기애가 강하다. 나만의 세상이 강하다. 그렇다고 타인과 함께 쓰는 세상을 나 혼자 독식하겠다고 안하무인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나라는 세상은 견고하면서도 깨어지기 쉽다. 나를 게임 속 캐릭터로 레벨을 높이는 것처럼 세상에서 레벨 업 시키는 것이 재밌다. 그 레벨은 세상이 정한 기준이 아니다. 정확하게 나의 기준이다. 그걸 확실히 알아가려면 글이 필요하다. 그저 내 머릿속에 있다고 해서 내가 그걸 명확히 알 순 없다. 글을 쓰면서 거리를 두어야 내가 수정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은 맘이 편하다.


나만의 세상을 도장 깨기 하듯. 그게 요즘 나의 최애 재미다. 나의 세상을 더 잘 알기 위해서는 엄마의 세상도 알아야 한다. 이렇게 엄마라는 동굴을 파 내려가다 보면 엄마의 세상과 나의 세상도 곧 알게 되겠지..





| 엄마 인터뷰 4

학교 다닐 때는 무엇이 무엇인지 모르고 지났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무엇이든지 배우려고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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