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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고선영 Mar 02. 2020

사물이 건네는 말.

마스크 그리고

진짜...

어떤 물건이 이렇게 소중해질 수 있을까.


나는 지금 목동에서 마스크를 판매한다고 해서

줄을 서 있는 중이다. 며칠 째 사람 구경을 못 했는데

오늘은 정말 그동안 못 본 사람들이 다 쏟아져 나온다.


마스크는 평소 해 본 적도 없고 관심조차 없는 물건이다. 내 머릿속에 '마스크'는 그냥 연예인들이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자 하는 '가리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지금 이 마스크는 전 지구적으로 다이아몬드만큼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아... 언제까지 이 일이 계속될까.


답답한 마음을 뒤로하고 '마스크'에 마음을 집중해본다. 마스크는 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다. 그러나 남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남에게 내가 위협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 나는 칼이나 도끼나 망치를 들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내 존재만으로 위협이 되는 것.( 이 마당에 위협적인 도구로 도끼와 망치가 떠오르는 걸 보면 나는 지금 어느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걸까)



별 것 없어 보이는 '마스크' 하나도 사람들이 착용한 것은 다 제각각이다. 그 와중에 좀 더 있어 보이는 마스크(나를 좀 더 잘 지켜줄 것 같은)가 눈에 보인다. 그것에 비하면 내가 찬 마스크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 하나 잘 막아줄 수 있을까 싶다.


이 와중에 마스크의 레벨까지 고려해야 한다니.


수준을 따지고, 레벨에 따라 줄을 세우고

품귀현상에 사재기를 하고

우리는 이런 시대를 살고 있다.


AI가 세상을 움직이고 자율주행차와

스마트폰 하나로 지구 저 끝에서 파는

물건을 살지라도

우리는 지금 '마스크' 하나에

줄을 이렇게 빙 둘러 서고 또 서고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건

다섯 개일뿐이다.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 생각하게 한다.


그럼에도 열심히 방역과 치료 중인

대한민국 정부와 의료진에 박수를 보낸다.

인류는 분명 극복해 낼 것이다.



2020.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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