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그냥 진다.
어제 지인이랑 순대곱창을 먹으러 갔다.
때가 때이니 대부분 배달이다.
온갖 이야기가 오갔는데 마흔이 훌쩍 넘은 나와
마흔 언저리에 다다른 지인은 꽤나 합리적인 척
대화를 나눴다.
차를 가지고 갔으니 소주를 한 잔 기울일 수도 없었다.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돌아오는 길에 펼쳐보니 코로나 19 - 정치 - 사업 - 부동산...
주제가 이런 것이다. 갑자기 내 머리에 도장 찍히듯 박히는 단어.
꼰대.
설마 나는 아니겠지...
그 생각이 채 가시기 전에 오늘 오전에 온 손님에게
엄청난 펀치를 맞은 기분이다.
고2. 우리나라 중학교를 다니던 그 손님은 '거꾸로 캠퍼스' 설명회를 듣고 자퇴를 했단다.
이제는 고2가 되었고 나와 나눈 대화가
'교육 - 문화 - 사회적 문제 - 문제 해결'이다.
결론적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그 친구가 가고 내 머릿속 회로가 모처럼
팽팽 돈다.
아 난 꼰대 아닌 거 같은데...
어제의 대화를 미루어볼 때 난 이미 올라오는 세대에겐 꼰대다.
우리가 마지막 나눈 대화는 이거다.
아니 그 친구가 한 말.
모두가 대학 진학으로
자신을 증명하는데
자기들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나를 증명한다고...
부럽다.
그냥 부러운 게 아니니까 이 표현이 적당하다.
개 부럽다. 고2의 나이에 나는 어떤 생각을 했던가.
그냥 질란다.
대신에 나는 너의 삶을 응원한다.
또 꾸역꾸역 뒤늦게 정신 차린 나의 삶도.
담에 꼰대 특집 좀 써봐야지.
2020. 04.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