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이 그날을 기억합니다.
나는 제주 고씨다.
그렇지만 단 한 번도 제주도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
제주도는 나에게 놀러 가기 좋은 우리나라에 천혜의 땅이자 그냥 말 타기 좋은 곳 정도...
아무런 생각 없던 내가 몇 년 전 우연찮게 들르게 된
4.3 평화공원.
그날따라 바람도 세차게 불어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나의 마음에도
세찬 바람이 불었다.
사실 나는 마주하고 싶지 않다.
이 세상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게 말이 될까 싶은 일은 마주하고 싶지 않다.
외면하고 싶다.
그렇지만 외면하려면 고개를 돌리면 내 마음속에서 더 짙게, 또렷하게 올라온다.
우리 외할아버지도 '빨갱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온 집안을 몰락하게 만든 장본인으로 지금까지
명예를 회복하지 못했다.
우리 땅 곳곳에서 지역은 달랐지만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다.
제주 4·3 사건(濟州四三事件)은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발생한 봉기로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민간인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규정되어 있다.
https://m.huffingtonpost.kr/amp/entry/story_kr_5ac18c4ee4b0f112dc9d3e0d/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런 일이 다시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역사는 되풀이되고 있다.
봄마다 동백꽃이 피고 또 지듯.
우리는 그 속에서 알아야 한다.
우리가 다시 그 일을 겪지 않으려면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만 한다.
동백꽃이 새로이 피어나듯
우리는 새로이 그 기억을 놓지 않아야 한다.
2020. 04.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