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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고선영 Apr 24. 2020

일시정지

사촌오빠의 죽음



오늘은 온종일 바빴는데 갑자기 일시정지가 되었다.

사촌 오빠가 돌아가셨단다.

그 전화를 받은 건 엄마였는지 아빠였는지.

아직도 살아계신 여든이 넘은 둘째 고모의 아들이다.

고모는 울면서 전화를 했다고 했다.

마음이 이상하다.



사촌오빠는 대장암을 오래 앓아왔다.

그래서 어쩌면 더 이상 이 생에 미련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다. 삶에 대한 의지는 많이 있었을 것 같다.

오빠는 최근 몇 개월 전에 나에게 페이스북으로 친구 신청을 했다.

그걸 보면 오빠는 더 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마음이 이상했던 건... 하얗게 쪼그라든 우리 고모가

아이처럼 엉엉 울었을 것을 상상하니

슬프고 아프고 저릿한 느낌이었던 것이다.

오늘 밤 나는 장례식장에 가야 한다.

오늘 하루 바쁘게 살았는데 갑자기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다.



죽음 앞에서 나는 겸손해진다.

발을 동동거릴 일도 없고, 채근할 일도

잘잘못을 따질 일도 없다.

그냥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순간

모든 것이 정지한 그런 그림이다.



종교와 상관없이 오빠가 좋은 곳에 가기를 바란다.

이왕이면 먼 우주로 날아가 아주 작고 온화한 행성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음 생으로 태어나는 것보다 그냥 우주의 일부로 돌아가길 바란다.

그곳이 오빠가 생각하는 천국이기를.



그곳에 오늘 오빠가 가 닿았으면.

첫걸음을 내디뎠으면 한다.





평온하시길.





추신. 이상하게 눈물이 난다. 오빠와의 큰 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소중한 사람을 잃은 가족들과 또 남은 생을 열심히 살아내야 할 사람들이 아른거린다. 그래서 어쩐지 슬프고 애달프다. 눈물이 찔끔 난다. 오빠의 아내인 새언니도 또 아들들도, 무엇보다 우리 많이 늙은 고모가 너무 아프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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