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인가 중독인가
나는 내가 예전엔 대단한 줄 착각한 적도 많다.
그런데 때마다 그 생각은 여지없이 와장창 깨졌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마흔이 지난 후에 나는 알게 되었다.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다. 특별히 우월한 인간조차도 어떤 특별한 결함을 가지고 있으니 뭐 특별하다거나 완전한 인간은 없다.(그나마 정확한 표현이라면 어떤 부분에서 특별하거나, 특이성이 있는 것)
그런데 인간을 특별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걸 최근 몇 년 사이에 깨달았다. 그게 나도 어떤 부분에서는 특별하다고 인정받게 해 주었으니까 말이다. 그게 무엇이냐면... 바로 '지속성'이다.
지속적으로 뭔가를 하면 그걸 특별히 원하던 원치 않던 인간의 기능은 발달한다. 나는 그 점에 요즘 주목하고 있다. 100일이라는 시간. 3달 남짓이라고 하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지만 100일이라면 어쩐지 숨이 막히기도 한다.
나는 마음이 너무 힘든데 술도 담배도 안 하고 그렇다고 춤을 추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했던 '걷기'도 운전하며 멈춘 후 정말 그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인간이 된 것이다.
그리고 또 그리고 계속 반복했다.
집착하고 중독적으로 그렸다.
그렇게 그렸을 때 언젠가부터 나의 마음이 가벼워졌다. 물고 늘어진 까닭일까? 요즘도 가끔 생각해 본다. 잘은 몰라도 내가 피하려고 하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피하고 도망치는 일에 지쳐버렸기 때문이다. 아주 신물이 날 정도였다.
지속한다는 것이 얼마나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는지에 대해서는 나를 만나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것이다. 나는 안다. 내가 얼마나 마음이 지옥이었는지. 그래서 지금의 변화는 나에게 기적이다.
그렇게 지속하지 않았다면
내가 칠순이 되었어도 몰랐겠지...
감사하다.
#작가고선영 #지속성 #감정디자인
2020. 0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