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가 된 나
제목은 나중에 정하기로 했다.
뭐라고 정하게 될까.
Cat Stevens의 음악을 듣고 있다.
빠르게 보내야 할 계산서를 보냈다.
그리고 책상 앞에 두 팔꿈치를 붙이고
스마트폰으로 글을 쓴다.
겨울용 슬리퍼를 신고
다리는 숫자 4와 흡사하게 꼬고
그리고 글을 쓴다.
할 일이 있는데 귀찮다.
만사가 좀 귀찮다.
아침에 해야 할 것들이 있지만
다 귀찮다.
이럴 때면 나는 공상에 빠진다.
공상이 뭐지? 순간 생각한다.
공상은 지식백과에 이렇게 나온다.
어떤 사물이나 사건의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그리는 일.
그럼 공상 맞다.
우주를 둥둥 날아다니는 나.
그 어떤 우주복 따위는 입지도 않은 채로
맨 몸으로 둥둥 교과서에서 봐 왔던
편모충 정도의 원생동물이라도 된 듯.
둥둥 표류하는 해파리처럼 나는
그렇게 어디를 꼭 가야 할 곳도 없고
뭘 해야 한다거나 꼭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없는 내가 되어 떠다닌다.
우주와 별이 아무리 어둡고 깊어도
또는 너무 아름답고 찬란해도
그 일이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나는 떠다닌다.
이렇게 멍하게 있는 걸 정말 좋아한다.
그 순간 나는 우주를 날아다니는 기분이다.
더 이상 지구인이 아니란 느낌.
느낌적인 느낌이던 뭐든 간에
상관없다.
아 좋다.
지구에서 마지막 날일지라도
지금 이 순간만은 정말 행복하다.
2020. 0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