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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고선영 Jun 12. 2020

제목은 몰라

해파리가 된 나

제목은 나중에 정하기로 했다.

뭐라고 정하게 될까.

Cat Stevens의 음악을 듣고 있다.

빠르게 보내야 할 계산서를 보냈다.

그리고 책상 앞에 두 팔꿈치를 붙이고

스마트폰으로 글을 쓴다.


겨울용 슬리퍼를 신고

다리는 숫자 4와 흡사하게 꼬고

그리고 글을 쓴다.


할 일이 있는데 귀찮다.

만사가 좀 귀찮다.

아침에 해야 할 것들이 있지만

다 귀찮다.


이럴 때면 나는 공상에 빠진다.

공상이 뭐지? 순간 생각한다.

공상은 지식백과에 이렇게 나온다.

어떤 사물이나 사건의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그리는 일.

그럼 공상 맞다.


우주를 둥둥 날아다니는 나.

그 어떤 우주복 따위는 입지도 않은 채로

맨 몸으로 둥둥 교과서에서 봐 왔던

편모충 정도의 원생동물이라도 된 듯.


둥둥 표류하는 해파리처럼 나는

그렇게 어디를 꼭 가야 할 곳도 없고

뭘 해야 한다거나 꼭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없는 내가 되어 떠다닌다.


우주와 별이 아무리 어둡고 깊어도

또는 너무 아름답고 찬란해도

그 일이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나는 떠다닌다.



이렇게 멍하게 있는 걸 정말 좋아한다.

그 순간 나는 우주를 날아다니는 기분이다.

더 이상 지구인이 아니란 느낌.


느낌적인 느낌이던 뭐든 간에

상관없다.






아 좋다.



지구에서 마지막 날일지라도

지금 이 순간만은 정말 행복하다.




2020. 0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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