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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고선영 Feb 25. 2021

#4 엄마를 위한 글쓰기 30일

불편한 거리

#작가고선영 #엄마를위한글쓰기30일 #4


#4일 엄마를 위한 글쓰기 30일


오늘의 나는 조금 쪼그라들어 있다. 그 이유를 밝힐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 그렇다.
엄마가 요즘 나를 아침에 깨울 때 이렇게 부른다.

“애기야~ 일어나. 밥 먹자.”
“사랑하는 우리 딸 밥 먹자.”

그런데 나는 이런 소리를 들으면 굳는다.
이건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것일까?
그런 말이 낯설고 불편하다. 엄마가 애기라고 부르는 것도 불편하고, 사랑하는 우리 딸 하는 것도 불편하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까 엄마의 온도 차이 때문이다.
굳이 찾아보면 나에게 수많은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확실하다. 엄마가 어떤 때는 기분이 좋은 것 같고 어떤 때는 눈물을 주룩주룩 쏟아내는데 그 두 모습의 간격이 너무 크다. 그게 나를 굳게 만드는 것 같다. 엄마의 기분을 종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내가 엄마의 기분을 어쩌겠나 싶기도 하다. 빨강머리 앤 만화를 보면서 엉엉 울어버리는 우리 엄마를 나는 어쩔 수 없다.

여기서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겠다. 나는 엄마에 대한 나의 마음과 마지막으로 씨름을 좀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이다. 솔직히... 엄마를 위한다는 건 핑계인 것 같다. 나흘이 되자 내 마음을 속일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엄마가 그냥 나를 ‘나’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자, 묻자. 너는 그럼 엄마를 ‘엄마’로 받아들이냐?
이건 공격이잖아. 내가 지금 싸우자고 한 말이 아닌데....

이건 내 머릿속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다.
그냥 덮어두면 어느샌가 조용해진다.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닐 땐 나름의 방법을 터득하기 마련이다. 우리 엄마에 대한 나의 마음은 대체 뭘까? 때때로 이런 상상을 한다. 인간이 무성생식을 하든 공장에서 한꺼번에 길러지든 그렇게 태어나고 자란다면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많은 문제들은 절반 이상이 없어지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나는 인간의 혈연이라는 것이 좀 무섭다. 내 머리에 붙은 껌처럼. 오래 눌린 스티커처럼 단숨에 해결되는 일이 아닌... 뭔가 갑갑하고 끈적거리는 그 느낌.

그게 내가 가족을 보는 솔직한 마음 같다. 그런데 이건 왜곡되어 있거나 너무 치우쳐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방금도 언니가 월세를 보내줬다. 지난달은 다른 언니가 월세를 보내줬다. 참 이렇게 가족의 덕을 보는 마당에 이따위 글을 쓰고 있다니. 진짜 나는 그지 같다.(내가 잘 쓰는 욕이다. 찰지게 욕하던 때에서 지금은 벗어났지만 그래도 욕을 하고 싶을 때 종종 쓴다.)

이제 다시 나에게 질문이다.
너에게 엄마는 무엇이냐?

나는 엄마가... 불편하다.
엄마를 좋아했던 때가 언제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엄마는 끊임없이 표면적으로 나에게 잘 대해줬는데 나는 끝끝내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엄마의 언어와 엄마의 행동이 나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아 답이 나온다. 따로 살아야 한다. 지금 부모님께 기대어 살고 있는 내가 문제다. 결론.

이런 질문과 이런 결론으로는 나는 성장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없다.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이 질문과 답에서 끝나면 안 된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가족이라도 각 개인이 존중되는 그런 가족관계를 원한다.


가족관계.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엄마와 나를 본다.
관계가 더 보송보송해지기를 바라는 것이 잘 못 된 바람인 걸까.


나는 우리 엄마가 심리상담을 받았으면 좋겠다. 엄마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전 생애에 아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속에서 자란 사람이다. 우리 엄마가 영혼을 달래줄 진정한 대화를 경험하길 원한다. 그러나 엄마는 신앙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해결될 일이라면 벌써 해결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나와는 생각이 다르다. 엄마가 좀 마음이 편해졌으면 좋겠는데 엄마는 아직 전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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