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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고선영 Feb 26. 2021

#5 엄마를 위한 글쓰기 30일

피카디리

#작가고선영 #엄마를위한글쓰기30 #5


#5 엄마를 위한 글쓰기 30


오늘은 우리 엄마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쓸까? 나는 엄마를  알고 있을까? 어렸을  아빠의 사진첩에 꽂혀 있던  여자 사진이 떠오른다.  사진은 증명사진이었는데 꽤나 예뻤던 여자였다. 우리 엄마 사진은 아니었고  여자가 누군지  모르겠는데 알고 보니 우리 아빠가 선을 봤던 여자의 사진이란다. 나는 기가 막혔다. 무슨 엄청 사랑했던 사이도 아니고 그저 선을    여자의 증명사진을 애들을 이렇게 주렁주렁 낳은  시점에까지 보관을 하냐. 나는 아빠한테  감정이  좋았기 때문에 그날도 별다르지 않았던 감정이었던  같다.

그때  사진을 보았을 때의  마음.
 여자가 예뻤다. 눈도 크고 얼굴도 갸름하고 순간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여자가 우리 엄마면 나는 어땠을까?’

 생각을 정말 너무 짧게 하고 너무 놀라 있었다. 그런데 언니들이  사진을 어떻게 가위로 쫙쫙 오릴지를 서로 궁리했다. 나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예쁜 여자와 매일 우리를 키우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우리 엄마. 나는 너무 엄마한테 미안했다. 엄마는 우리를 위해서 그렇게 비가 하늘에서 양동이로 쏟아부어도 신문과 우유를 배달하는데...

이런 생각이 든다.
나야말로 엄마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아닐까?
엄마의 매일매일을 나는   없다. 엄마가 깔깔깔 웃었는지, 흐느꼈는지 나는  수많은 날들을  모른다. 엄마의 , 여름, 가을, 겨울이 일흔다섯 번이나 지났으니 나는 엄마의 모든 날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엄마는 이럴 거다 저럴 거다 한다. 엄마가  나중에  글을 본대도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엄마를  이해하고 싶다. 물론  일은 나를 위해서다.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쓰는 사람은 자기의 글에 Delete 키를 ~ 눌러서  번에 지워버리고 싶은 때가 있다. 그게 100페이지가 넘는 글이라고 해도 그러고 싶을 때가 있다. 지금이 그렇다. 그래도 나는 지우지 않는 선택을 하겠다.

어디까지 이야기를 했더라...   여자.  여자 증명사진을 그리도 오래 보관하는 아빠와 엄마의 심리를  모르겠다.   심드렁했으니 그냥 버리지 않아서 거기에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내가 정말 놀랐던 일이 있다. 그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TV에서  때였다. 그걸 보고 있는데 엄마가 아주 작게 이야기를 했다.

저거 너네 아빠랑 극장에서 봤는데...”

그때 나의 머릿속에서 일어난 역대급 태풍을 누가 예상이나 했겠나.
이렇게 사이가  좋은데 둘이 영화를 보러 갔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같았다. 그러자 엄마는 나의 머리를    강타했다.

피카디리에서 봤어.”

둘이 영화를 보러  남자와 여자.
 남자와 여자가 내가 아는 남자와 여자다. 엄마와 아빠.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때의 충격이 꽤나 컸기에 내가 그걸 기억하고 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둘은 사랑했다. 우리가  모르고  수많은 시간들이 뭔가  닿지 않는다고 해도  일은 있었던 일이다. 허구가 아니다.

평소에 로맨틱 영화, 소설, 드라마도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엄마와 아빠의 로맨스는  기분을 좋게 만든다. 엄마는 오갈 데 없어서 아빠네 집에 왔다지만 오갈 데 없다고 아무 남자와   없다.  시절의 타이밍이 서로를 끌어당겼는지 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엄마랑 아빠는 서로가 사랑했다. 그걸 부인할  없다.

서로 쳐다만 봐도 눈에서 꿀이 뚝뚝 흐르던 시절...

다행이다. 엄마가 그런 시절이 있었을 거라고 믿으니까 다행이다. 그런 시절이 없었다면  안타까운 마음이었을  같다. 그렇게 믿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은 로맨스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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