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고선영 Mar 19. 2021

아침, 가라앉은 나를 일으켜 세우며

#18엄마를위한글쓰기30일

#18 엄마를 위한 글쓰기 30


#작가고선영 #엄마를위한글쓰기30일 #18


  엄: 엄마~

  마: 마 엄마~


  우리는 왜 엄마한테 그렇게 맡겨놓은 듯 옷을 찾아내라고 할까?

  우리는 왜 엄마한테 그렇게 당연한 듯 잘해주라고 할까?

  우리는 왜 엄마한테 남들한테 잘 안 하는 말을 막 쉽게 할까?



엄마라면 응당 자식에게 잘해줘야 한다는 그 생각은 언제부터 존재했는가.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읽은 고정순 작가님 산문 에세이 ‘그림책이라는 산’에서 이런 글귀를 봤다.


“시시한 나를 견디는 것.”


엄마들도 늘 시시한 나를 견디고 있지 않았을까. 오늘은 맘도 몸도 축축 처지는 날이다. 금요일이라서 그런 것 같다. 얼른 시간이 훌쩍 지나갔으면 싶다. 어제 강의를 할 때 진행자인 아나운서가 물었다. 가라앉는 적 없냐고. 아직도 무수히 많다. 아직도 때때로 좌절하고 아무 일 없이 가라앉는다. 그래도 지금은 빨리 툭 털고 일어설 줄 안다. 감사하다. 나의 전반적인 모든 것들이 다운될 때 나는 스스로 돌아본다. 나에게 지금 ‘감사’ 한 스푼이 부족한지도 몰라. 그리고 감사할 것을 찾는다.


악어책방은 나의 아지트다. 이런 아지트가 있어서 감사하다.

살아있다 오늘도. 그래서 나는 책방에 와 있다. 감사하다.

화장을 안 했다. 화장을 안 한 얼굴을 보니까 그냥 웃음이 나온다. 감사하다.

오늘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들어오는데 책방 맞은편 나무에 꽤 큰 새 한 마리가 푸드덕 날아와 앉는다. 그걸 바라보니 안심이 된다. 세상엔 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잠깐 앉아서 쉰다 해도 괜찮다.

수요일에 수업하는 친구랑 슬라임을 사러 갔다. 나는 슬라임을 잘 모르는데 그걸로 책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슬라임을 사 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에서 까마귀를 한 마리 보았다.

그 까마귀가 우리가 지나가는 순간 정말 큰 소리로 “까악까악까악” 외쳤다.(외쳤다는 표현이 맞다) 너무 놀라서 우리는 얼떨떨했는데 꼭 우리한테 뭐라고 하는 거 같아서 우리는 크게 웃었다. 그걸 따라 하고 또 웃었다. 나한테 그런 시간들이 정말 감사하다. 그런 시간과 순간들은 보석 같다. 감사하다.

감사하다. 어제 강의 끝나고 중앙도서관 바로 옆에 있는 내 친구네 학원에 갔다. 친구가 쫄면을 사줬다. 기분이 좋아졌다. 친구 얼굴을 보는데 긴장한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감사하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죽은 후의 세상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있다. 그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내가 감사하는 순간 나는 현재에 있지만 현재를 초월해 있다. 그 어떤 것도 나를 공격하지 못한다. 나의 걱정과 두려움, 슬픔, 불안 온갖 것들이 나를 에워싸지 못한다. 그 순간은 ‘고선영’이다. 감사하다.


내가 힘들다고 느끼는 것을 내게서 잡아 뜯는다.

잘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도 확 잡아 뜯는다. 그리고 그것을 살펴본다. 진짜인가 아닌가 하고.

그 힘든 것을 외면하지 않는다. 정면으로 마주한다. 엄청난 크기였다가도 내가 내 눈 앞에 놓는 순간 나의 눈빛에 아주 작은 콩알 크기로 줄어든다. 오늘의 나를 가만히 살피고 또 살핀다. 고선영. 오늘 하루도 너는 잘 살 거야. 감사해.


조금 소극적이었던 나의 마음을 인정해 주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럴 만했던 시간들이 이제 지나가고 있다.

고선영은 점점 멋지고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감사하다.



작가의 이전글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