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엄마를위한글쓰기30일
#18 엄마를 위한 글쓰기 30일
#작가고선영 #엄마를위한글쓰기30일 #18
엄: 엄마~
마: 마 엄마~
우리는 왜 엄마한테 그렇게 맡겨놓은 듯 옷을 찾아내라고 할까?
우리는 왜 엄마한테 그렇게 당연한 듯 잘해주라고 할까?
우리는 왜 엄마한테 남들한테 잘 안 하는 말을 막 쉽게 할까?
엄마라면 응당 자식에게 잘해줘야 한다는 그 생각은 언제부터 존재했는가.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읽은 고정순 작가님 산문 에세이 ‘그림책이라는 산’에서 이런 글귀를 봤다.
“시시한 나를 견디는 것.”
엄마들도 늘 시시한 나를 견디고 있지 않았을까. 오늘은 맘도 몸도 축축 처지는 날이다. 금요일이라서 그런 것 같다. 얼른 시간이 훌쩍 지나갔으면 싶다. 어제 강의를 할 때 진행자인 아나운서가 물었다. 가라앉는 적 없냐고. 아직도 무수히 많다. 아직도 때때로 좌절하고 아무 일 없이 가라앉는다. 그래도 지금은 빨리 툭 털고 일어설 줄 안다. 감사하다. 나의 전반적인 모든 것들이 다운될 때 나는 스스로 돌아본다. 나에게 지금 ‘감사’ 한 스푼이 부족한지도 몰라. 그리고 감사할 것을 찾는다.
악어책방은 나의 아지트다. 이런 아지트가 있어서 감사하다.
살아있다 오늘도. 그래서 나는 책방에 와 있다. 감사하다.
화장을 안 했다. 화장을 안 한 얼굴을 보니까 그냥 웃음이 나온다. 감사하다.
오늘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들어오는데 책방 맞은편 나무에 꽤 큰 새 한 마리가 푸드덕 날아와 앉는다. 그걸 바라보니 안심이 된다. 세상엔 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잠깐 앉아서 쉰다 해도 괜찮다.
수요일에 수업하는 친구랑 슬라임을 사러 갔다. 나는 슬라임을 잘 모르는데 그걸로 책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슬라임을 사 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에서 까마귀를 한 마리 보았다.
그 까마귀가 우리가 지나가는 순간 정말 큰 소리로 “까악까악까악” 외쳤다.(외쳤다는 표현이 맞다) 너무 놀라서 우리는 얼떨떨했는데 꼭 우리한테 뭐라고 하는 거 같아서 우리는 크게 웃었다. 그걸 따라 하고 또 웃었다. 나한테 그런 시간들이 정말 감사하다. 그런 시간과 순간들은 보석 같다. 감사하다.
감사하다. 어제 강의 끝나고 중앙도서관 바로 옆에 있는 내 친구네 학원에 갔다. 친구가 쫄면을 사줬다. 기분이 좋아졌다. 친구 얼굴을 보는데 긴장한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감사하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죽은 후의 세상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있다. 그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내가 감사하는 순간 나는 현재에 있지만 현재를 초월해 있다. 그 어떤 것도 나를 공격하지 못한다. 나의 걱정과 두려움, 슬픔, 불안 온갖 것들이 나를 에워싸지 못한다. 그 순간은 ‘고선영’이다. 감사하다.
내가 힘들다고 느끼는 것을 내게서 잡아 뜯는다.
잘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도 확 잡아 뜯는다. 그리고 그것을 살펴본다. 진짜인가 아닌가 하고.
그 힘든 것을 외면하지 않는다. 정면으로 마주한다. 엄청난 크기였다가도 내가 내 눈 앞에 놓는 순간 나의 눈빛에 아주 작은 콩알 크기로 줄어든다. 오늘의 나를 가만히 살피고 또 살핀다. 고선영. 오늘 하루도 너는 잘 살 거야. 감사해.
조금 소극적이었던 나의 마음을 인정해 주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럴 만했던 시간들이 이제 지나가고 있다.
고선영은 점점 멋지고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