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엄마를위한글쓰기30일
#20 엄마를 위한 글쓰기 30일
#작가고선영 #엄마를위한글쓰기30일 #20
사람의 눈을 속이려고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 대해 느끼는 것에 대해 육감으로 안다. 우리가 동물이라는 것을 잊을만하면 상기시켜주는 것 같기도 하다. 숨은 의도나 목적이 있어서 다가온 경우도 곧 알게 된다. 내 마음의 소리에 귀만 기울이면 말이다. 그러나 대개는 자신이 자신을 지키려고 하는 소리를 무시하고 묵살한다.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보면 때로는 무섭다. 매일 걸으면 그걸 발견하게 되는데 어제는 분명 그저 마른 가지였을 뿐이었던 식물이 하루 사이에 싹을 틔우고 있는 건 신기함을 넘어서 경이다. 식물은 자신을 어떻게 지켜낼까? 동물은 제 발이 있으니 그 발로 멀리 도망가면 그뿐이지만 식물은 동물이 공격하면 뭐 대책 없는 것 아닌가... 그러나 자연의 섭리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우리는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이며 그것은 너무 자연스럽고 거대해서 때론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아~~ 어젯밤과 오늘 아침 걸어서 집에 가고 책방에 왔더니 집중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자꾸만 끊겨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더라를 반복하고 있다. 이따가 다시 집중해야겠다.
오늘은 어디에 올리지는 못할 글을 쓰고 있다. 속이 이상하게 불편하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와중에도 햄버거가 먹고 싶다. 나는 지금 뭔가 컨디션이 이상하다. 설사를 하고 명치는 딱딱하고 체한 건지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불편감이 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나를 쪼아대고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동안 글을 쓰면서 한 번도 쓰던 글을 이어서 쓴 적이 없다. 맨날 쓸 거리가 있었고 쓰는 것이 즐거웠다. 그런데 어제에 이어서 글을 쓰고 있다. 어제 내가 글을 이어서 쓸 수 없었던 것은 엄마와 외삼촌의 전화 대화 때문이었다. 사업자등록증이 있냐고 외삼촌이 물어본 것 같은데 엄마는 그냥 나한테 묻지도 않고 대답했다.
“그렇게 작게 하는데 무슨 사업자등록증이야. 뭐 얼마나 번다고..”
나는 이 말에 상처를 받았다. 아니 상처를 받기로 결심했다. 엄마나 우리 가족들이 나를 인정할까?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책 한 권 썼다고 작가고 뭐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회적으로 엄청난 인정을 받는 것도 아니고... 생각이 자꾸 내달린다. 그래서 딸려가다가 어느 순간에 머리가 멈췄다. 엄마가 한 말은 어쩌면 나를 위한 말일지도 모르고, 사업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나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적이 언제인가 싶다. 그러다가 또 이런 생각이 든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꼭 인정을 해줘야 하는 건가? 나의 머릿속은 언제나 전쟁터 같다. 나의 생각은 언제나 좌파, 우파로 나뉘어 아주 첨예한 싸움을 한다.
왜 그럴 때 있지 않은가.
길을 무심코 걷는데 내 발 가까이 축구공이 또르르 굴러온다. 그리고 저 멀리에서 나에게 공을 발로 차 달라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 공을 찬다.
나의 상처가 이랬으면 좋겠다.
무심코 공을 차는 행위.
내가 무뎌지던지 아니면 생각이 바뀌든 해야지 끝나는 게임이다.
그런데 나는 계속 상처로 받아들인다. 유독 엄마의 말은 서슬이 퍼런 칼이다.
엄마는 죽을 때까지 연구해도 끝나지 않을 연구대상이다.
내가 바뀌기를 바란다.
아주 가벼워지길 바란다.
그냥 툭.
또르르~~~~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