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주의자가 쓴 수술기
산부인과에서 수술을 했다.
하혈을 그리 하더니 자궁이 지쳤나보다.
이런 생각도 했다.
아 아기를 낳지 않아서일까.
제 기능을 안한지 오래라서 병이 난걸까.
비혼이라 그런걸까.
온갖 생각을 했다.
병명은 자궁 내 폴립 제거 수술.
중환자실에 가서 누우니 나와 같은 병명의 사람들이 수두룩 빽빽이다.
마취제가 들어갈 때까지 언제쯤 마취가 될까 했던 생각을 하기도 전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시 침대 위에서 깨고 나는 한 번도 앓아본 적 없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예상보다 폴립이 많았다고 했고 시간이 더 걸렸다.
약을 3일치 받아왔다.
병원 관계자 분들은 아주 친절했고
입원실을 들어갈 때 고민하다가 2인실을 선택한 일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왜냐면 밥을 먹고 식판을 함께 내다 주셨기 때문이다. 살짝 젖혀진 커튼도 잘 가려주셨다.
물론 가져간 책 '인간실격'은 못 읽었다.
그런데 나오면서 약 봉투에 끼워있는 주의사항을 보니...부부관계는 2주 정도 피하란다.
성관계.
남자고 여자고 일정 기간이 되어 어른이 되면
모두가 하는 일.
밥 먹는 일만큼 자연스러운 일.
어쩐지 먼 옛날 사람이 된 기분이다.
컴플레인을 하기엔 오늘 컨디션이 넘 좋다.
그냥 속으로만 생각해 본다.
#작가고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