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고선영 Jul 26. 2021

나 할 말 있어.

들어주라...

있잖아. 이건 정말 너무 하잖아.


책방에 도착해서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한 번 했어.


땀이 너무 난다.


너도 알지? 내가 얼마나 땀이 안 나는지.


그런 내가 땀이 난다.


그리고 날씨 때문에 자꾸 정신이 혼미해져.



우리가 진짜 미안해.


그동안 너무 무정했어.


무심하고...


진심으로 사과해.


그니까...


이젠 그만하면 안 될까?


진짜 진짜 미안해.


어떻게 하면 네 마음이 풀릴까.


아니 어떡하면 네 몸 상태가 좀 나아질까.



정말 미안했어.


마스크로 꽁꽁 싸매고 이런 여름을 나는 건


너무너무 힘든 일이야.


그렇지만 너의 힘듦에 비하면 우리의 힘듦은 아무것도 아니지.


아이들은 우리 때문에 고스란히 힘든 걸 겪고 있어.



제발....


정말 부탁이야.


이제 돌려줄래?


내 일상을.



얼굴의 아주 미세한 움직임과


바람에 씻기는 땀을.


서로를 바라보면서 웃고 있는 따뜻한 입꼬리를.




부탁할게.


진심이야.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우리 외삼촌이 지금 암 수술 중이셔.


깨끗하게 나을 수 있게 도와줘.



너의 아름다운 에너지가


세상에 가득 금빛 가루처럼 뿌려지게


도와주렴.





부탁이야.


2021년.


너에게 부탁할게.









#작가고선영 #너에게할말있어 #코로나끝 #암에서해방 #너에게쓰는편지

작가의 이전글 부부관계는 2주 정도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