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에 걸린
나는 내 위로 언니들이 셋 있다.
생리를 시작한 게 중3이었는데 이제는 우리 모두 나이가 지극하게 들었다.
이제는 생리가 언제쯤 끊어질까를 이야기한다.
한 때는 생리통에 대해 이야기를 1시간 이상 한 적이 있었다.
저마다 자신의 생리통이 더 세다고 하는 이야기였다.
결국 유전이라는 필터 때문인지 서로의 생리통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걸 깨닫고 나서는
자연스럽게 학교 다닐 때 생리통이 심했던 친구들 이야기로 넘어갔다.
생리를 시작하면 학교에 못 오는 애.
생리 때 양호실에 온종일 누워있던 애.
생리하는 날은 쓰러져서 구급차에 실려가던 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생리 양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 때 나는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 꽤 되지 않을까 싶다만...
생리 양을 모두 모으면 얼마나 될까 하고 말이다.
나는 친구들에 비해 정말 초경이 늦은 편이다.
친구들은 대개 국민학교 5학년 또는 6학년 때 시작했다.
시작했을 때 굉장히 불쾌하고 찝찝했던 기억이 난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유전적인지 엄마를 닮아서인지(그 소리가 그 소리인가)
한결같이 생리 양이 많았다. 그리고 생리통도 심했다.
생리양이 많은 건 자궁이 건강해서일까?
자궁의 상태를 살피니까 어쩐지 내 몸과는 분리된 기분이다.
폐경이 되어서 온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는 큰언니와 점점 양이 줄고 있다는 둘째 셋째 언니. 풍선이 되어 빵빵하게 하늘로 날아오르는 언니들과 생리 양 때문에 어딜 가도 늘 교복 치마를 뒤로 훽~ 돌려서 수시로 빨았던 내 모습이 오버랩된다.
어릴 때의 나의 별명은 여러 개이지만 내가 나에게 지어준 별명은 딱 하나다.
'에어펌프'
나이키 에어펌프 광고가 TV에서 나올 때였다.
숨만 쉬어도, 기침만 해도, 몸을 좌우로 조금만 틀어도 내 자궁에서는 생리를 쿨럭쿨럭 쏟아냈다. 가끔은 너무 크게 검붉은 혈이 뭉쳐 나와서 모든 움직임을 멈추게 만들기도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다.
"아~ 남자이고 싶다."
정말 끊임없이 생각했다. 내가 남자라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생리를 하는 일은 정말 고되다. 간혹 생리를 2~3일만 하고 생리통도 없는 여자들을 만나면 나는 당혹감에 얼굴이 붉어진다. 내가 되게 잘 못 했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생리를 할 때 우리들이 직접적인 표현을 피하고 다른 언어로 부를 때가 있다.
때론 손으로 M자를 만들기도 하고, 6.25라고 부르기도 했다.(요즘 학생들은 뭐라고 부르려나?)
그중에서 가장 많이 쓰던 말이 '마법'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는 마법에 걸린 거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이 마법은 언제까지 유효할까?
어떻게 하면 이 마법에서 깨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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