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똥찬 하루
똥 쌌다고 자랑하는 전화를 방금 끊었다.
취업했다고,
남자 친구가 생겼다고,
이쁜 강아지를 입양했다고,
좋은 곳에 여행 왔다고 자랑할 순 있다.
그렇지만 똥 쌌다고 자랑할 수 있는 사이가 찐이라고 본다.
진짜 오랜만에 숙변이 나왔다.
언뜻 보아도 내 몸에서 500g 내지는 조금 거짓말 보태어 1Kg 정도 되었을 것 같다.
(으웩~이라고 하는 당신은 똥 안 싸는가?_야멸찬 표정으로 ㅎㅎ)
나는 대견해서 그만 똥을 내리지 않고 한참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누가 대견한 거지? 생각했다.
나는 똥 쌌다고 자랑할 친구가 있다.
그걸로 내 인생은 족하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원대한 꿈이 있지만 그와 함게 아주 현실에 착붙한 그런 행복을 때때로 잘 느낀다.
기분 좋다.
똥 쌌다.
기똥찬 하루다.
#작가고선영 #안녕자궁 #기똥찬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