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디자인
나의 유통기한
오늘 우연히 어제 사 온 치즈를 봤다.
정작 살 때는 확인하지 않았던 유통기한.
그 유통기한의 날짜가 다음 연도 내 생일이다.
기분이 묘하다.
음식은 유통기한이 있다.
유통기한이 지나면 형태가 무르면서 온갖 악취가 난다.
생각이나 감정에도 유통기한이 있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지나면 잊히기도 하니까.
음식도 꽤나 오래 보관이 가능한 것이 있다.
참치나 캔 통조림으로 되어 있는 것 말이다.
생각이나 감정도 마찬가지.
오래오래 머무는(그 당시의 감정대로) 것도 있다.
문득.
나라는 사람의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일까?
생각하게 된다.
나의 삶이 유한하지 않으니 나의 유통기한도 끝나는 날이 있겠지.
정말 딱 약 4개월의 유통기한이 남았다면 오늘 나는 무엇을 할까?
나는 무엇을 선택하고 어디에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밀물과 썰물이 되어 들어왔다가 빠져나간다.
그런 생각에 닿자 나는 책방으로 갈 수 없었다.
핸들을 돌렸다.
식물원에 와서 조용히 걸었다.
햇볕을 좀 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유통기한을 충분히 누리고 싶다는 생각.
각자의 유통기한은 우유팩에 콕 찍는 것처럼 찍을 수 없다.
우리의 유통기한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 점은 확실하다.
유통기한 동안 신선하고 싶다.
파릇파릇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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