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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고선영 Sep 30. 2022

나의 유통기한

감정디자인

나의 유통기한


오늘 우연히 어제 사 온 치즈를 봤다.

정작 살 때는 확인하지 않았던 유통기한.

그 유통기한의 날짜가 다음 연도 내 생일이다.

기분이 묘하다.


음식은 유통기한이 있다.

유통기한이 지나면 형태가 무르면서 온갖 악취가 난다.

생각이나 감정에도 유통기한이 있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지나면 잊히기도 하니까.

음식도 꽤나 오래 보관이 가능한 것이 있다.

참치나 캔 통조림으로 되어 있는 것 말이다.

생각이나 감정도 마찬가지.

오래오래 머무는(그 당시의 감정대로) 것도 있다.


문득.

나라는 사람의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일까?

생각하게 된다.

나의 삶이 유한하지 않으니 나의 유통기한도 끝나는 날이 있겠지.

정말 딱 약 4개월의 유통기한이 남았다면 오늘 나는 무엇을 할까?

나는 무엇을 선택하고 어디에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밀물과 썰물이 되어 들어왔다가 빠져나간다.


그런 생각에 닿자 나는 책방으로 갈 수 없었다.

핸들을 돌렸다.

식물원에 와서 조용히 걸었다.

햇볕을 좀 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유통기한을 충분히 누리고 싶다는 생각.


각자의 유통기한은 우유팩에 콕 찍는 것처럼 찍을 수 없다.

우리의 유통기한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 점은 확실하다.


유통기한 동안 신선하고 싶다.

파릇파릇하고 싶다.





#감정연구가 #작가고선영 #나의유통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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