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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고선영 Oct 04. 2022

하고 싶은데 하기 싫어

뭔 개소리야

요즘의 나는 이렇다.

하고 싶은데 하기 싫다.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지만 동시에 하기가 싫다.

왜일까...

어떤 심리학자는 완벽주의 성향 때문이라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건 아닌 거 같다.

"넌 무엇이 하고 싶으냐?"

(뜬금없이 금도끼 은도끼의 산신령 말투다 ㅋㅋ)


이렇게 질문하니까 알겠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그것은 대개 타인에게 인정받는 일이다.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차곡차곡 쌓아야 할 일은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아... 이럴 때 진짜 내 솔직한 마음을 마주하는 일은 참 곤욕스럽다)

잠깐 곤욕과 곤혹을 찾아보았다. 뭐 둘 다 난감하다는 뜻이니 패스!


그런데 이상하게 밤에 나는 늘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

물론 완전히 일을 안 하는 건 아니다. 아주 조금씩 한다. 또는 몰아서 한 번에 한다.

요즘의 나를 이해할 수 없지만 생각해보니 이게 또 요즘 나의 특징이 아니다.

(와 오늘 미쳤다. 특징과 특성을 고민하다가 찾아보니 둘 다 사물에 해당하는 말이다 그럼 무슨 말을 써야 하지? 모르겠다_ 나를 규정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뭐 이래야 하나)


이런 마음에는 핑계를 대기가 쉽다.


1. 얼마 전 내 무릎에서 피를 뽑아 6군데의 언덕을 만든 모기 탓

: 친구랑 술을 마셨다. 물론 나는 술을 잘 못 마신다(가끔 이게 사실일까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날 술집에서 시킨 코다리 조림이 맛있었다. 체중조절을 한지 한 달이 지나가고 있을 무렵이었기 때문에 나는 콩나물과 코다리 살을 조금씩 꼭꼭 씹어 먹고 있었다. 바람이 시원했고 모기는 상상도 못 했다. 그런데 모기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아 다시 생각해도 열받는다. 왜냐하면 나는 올해 여름 거의 모기에 물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추가 지난 이때에 모기에 물렸다는 건 어쩐지 억울한 마음이다.


2. 탄수화물을 너무 제한한 탓

: 체중이 60킬로를 찍었었다. 불과 한 달 전쯤 말이다. 더웠다. 계속 덥고 짜증이 났다. 이러다가는 65킬로 70킬로가 될 것 같았다. 나는 내가 그리는 외형의 자아상이 있다. 헤르만 헤세처럼 많이 마르고 싶다. 물론 바람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맹렬히 체중조절을 했다. 그냥 생짜로 굶는 것이 사실 제일 편하다. 조금씩 먹으면 이내 입이 터진다. 그 와중에 다행인 건 현미밥을 좋아한다. 귀리도 좋아하고, 콩도 좋아한다. 보리도 좋아하고 그러니까 잡곡을 좋아한다. 그마저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트밀을 주문했고 그걸 조금씩 먹었다. 밥은 먹어야 하는 상황이면 거의 두 숟갈 정도만 먹었다. 두부와 닭가슴살을 먹었고 요즘 최애 식재료는 팽이버섯이다.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팽이버섯을 넣고 굽다가 스파게티 소스를 넣고 모짜렐라 치즈를 한 움큼 넣는다. 다 익으면 후추와 청양고추를 넣고 조금만 익히면 끝. 진짜 끝내주게 맛있다. 쓰다 보니 탄수화물 탓은 아닌 거 같다.



3. 3번을 쓰려다 보니 알겠다.

그냥 내 탓이라는 걸.


나는 왜 이럴까.

이런 생각이 들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 거라곤 1도 없다.

이럴 때 나는 이렇게 질문한다.


"고선영, 어떻게 도와줄까?"


아...

답이 없다.

확 패 버릴까?

말을 하라고 제발...





#하고싶은데하기싫어 #감정연구가 #작가고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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