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뿌듯하고 신납니다.
최근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영 오래 달리는 게 힘이 들어서 포기할까 했는데 아침에 걷는 것보다는 뛰는 게 조금 더 개운해서 어영부영, 은근슬쩍 뭐. 계속 뛰고 있다.
어제 고성으로 이른 여름휴가를 왔다. 가기 전부터 바다를 보며 달릴 거야! 하고 패기 있게 운동복과 신발을 챙겨 왔다. 오늘 아침엔 눈이 6시에 떠졌다. 가려고 했던 브런치 가게는 8:30 오픈. 숙소부터 가게까지 걸어서 30분 거리니까, 8시에 뛰어야지. 야무지게 계획하고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았다.
고요하게, 끝없이 밀려드는 파도와 점점 머리 위로 올라가는 해. 해가 바다표면을 비추어 눈이 부셨다. 파란 하늘과 희고 찬란한 빛이 감동적이었다.
드디어 8시. 숙소 밖으로 나오니 두꺼운 빗방울이 떨어진다. 숙소로 다시 들어갈까 했지만 그냥 언제 또 비 올 때 이렇게 달려보겠냐며 달렸지. 근데 생각보다 비는 금방 그쳤다. 달리기도 평소보다 아주 잘 되었다. 오르막길에서는 걸었지만(…) 빗방울에도 뛰기로 내 결정에 박수를 치고 싶었다. 역시 그냥 하길 잘했어!
걸어서 30분이었던 가게에 뛰어서 19분 만에 도착했다.
조금 달리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10분이나 단축되다니! 가게에 앉아 커피 한잔을 시켰고, 숙소에서 꿀잠을 자고 있을 남편의 샌드위치를 포장했다.
집 근처에서 달리기 할 때는 운동이 목적. 언제나 2.5킬로를 달려 반환점을 찍고 다시 집으로 2.5킬로 달려 돌아왔다. 근데 목적지가 있는 곳을 향해 뛰니까 기분이 색다르다. 내가 걸어서, 자전거 타고 온 것도 아니고 뛰어서(물론 걷기도 했지만) 목적지에 왔다고? 든든한 지원군 한 명이 더 생긴 느낌이었다. 뭔가 성취했다는 느낌이 가득 들었다.
이제 포장한 샌드위치를 들고 걷다 뛰다,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 포장한 샌드위치를 앞에 두고, 글을 쓰며 콜드브루를 마시는 이 순간이 나를 위한 오늘 가장 시원한 보상 같다. 아,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