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삶의 형태

각자 다른 바느질 길처럼.

by 읽쓴이

쉬면서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배워보고 있다. 그중에 하나는 손 바느질. 총 4시간씩 2일간 바지를 만드는 수업이었다. 낯선 사람을 만나는 일이 거의 없기에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까지 약간 긴장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마주한 기다란 나무 테이블. 테이블 위에는 형형색색의 원단이 놓여있었고 벽면에는 손 바느질 된 멋진 작품들이 걸려있었다. 실타래도 수북이 쌓여 있었다. 옹기종기, 아기자기, 알콩달콩, 알록달록 그런 단어들이 생각났다. 뜨거운 태양을 뚫고 바느질 세상 문을 열자마자 다른 나라에 여행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갑자기 번쩍! 기대감이 차올랐다. (내향인이라 표는 못 냈다.)


수강생은 총 8명. 수요일 오전 10시에 모인 이 사람들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을까,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문득 궁금했다. 먼저 바느질을 알려주실 선생님의 자기소개와 바느질 수업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었다. 바느질 선생님은 음악가인데, 치앙마이에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바느질 스승님을 만나게 되어 바느질에 빠지게 되었다고 했다. 부부가 함께 수업을 하며 한 분은 스티치를, 한 분은 수선을 위주로 알려주시는 것 같았다. 음악가와 바느질 선생님 경계를 넘나드는 부부가 낭만적이고 멋있다고 생각했다.


수업 내내 각자 자기소개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없었다. 다만 수업을 들으며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이렇게 서로 관계없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함께 바느질을 하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대화 사이사이에서 참 다양한 삶의 형태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 분은 오랫동안 부부의 수업을 들으신 듯한 분이었다. 이미 여러 차례 수업도 들으셔서 다양한 바느질 기법을 알고 계신 고수 중의 고수로 보였다. 수업에 입고 오신 옷 자체도 직접 손바느질로 만든 옷이더라. 또 한 분은 평소 어떻게 지내냐는 물음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신다고 했다. 따로 직업이랄 것을 두진 않고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일이 끝나면 멀리 여행을 가며 삶을 꾸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는 이제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다는데, 나는 생각했다. 나는 9년 차 직장인인데 어딜 가도 안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불안정하다. 아르바이트는 곧 생계 기술이니까 안정적이라면 그것이 더 안정적이다라고 생각했다.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진 않았다.) 또 다른 분은 딸기 원단을 선택했는데, 딸기 박람회였던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거기에 입고 갈 옷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대화 중간중간, 함께 앉아 있는 사람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아마도 지금 내가 어떻게 살지 잘 모르겠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수강생의 나이대도 직업도, 삶의 형태도 다양했다. 그 다양함에서 오는 뒤죽박죽, 그러나 다 같이 손으로 바느질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낯설고도 반갑게 느껴졌다. 각기 다른 속도, 모양으로 바지가 만들어졌다. 차근차근 실을 꿰다 보니 나도 어느새 바지를 완성했다.


집으로 돌아와 바지를 입어보았다. 각기 다른 8명의 바지는 어떨까. 그들이 만든 바지와 그들의 삶이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다. 그들이 만든 바지마다 삶의 조각들이 담겨 있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