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하기 위해 발버둥 쳤던 날들을 되돌아보고 있자니,
‘나의 소중한 브런치’가 끝없이 우울한 이야기들로만 채워지는 듯해서
이번 편만큼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엔 성우를 준비하지 않는 분도 계실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모두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미소 지으세요.”
성우들의 밝고 색깔 있는 음색은 타고난 재능만의 결과가 아니다.
누가 보고 있지 않아도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작은 습관, 그 표정 하나에서부터 목소리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ㅣ▪ㅔ/와 같이 입술이 좌우로 벌어진 형태가 되면
입술과 입 안의 통로가 짧아지면서 '쨍'한 음색이 나오게 된다.
그러면 ㅅ, ㅈ, ㅊ와 같은 음이 또렷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노래나 연기를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광대에서 소리가 난다고 생각하라”라고 조언한다.
한 학술지는, 미소 지은 상태에서는 평균적으로 후두 높이가 상승했다고 보고한다.
따라서 동일한 음정을 내더라도 약간은 높고 발랄하게 들릴 가능성이 높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라는 말도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Facial Feedback Hypothesis(안면 피드백 가설)이라고 부른다.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 뇌로 전달되어 우리의 지각▪정서에 경험을 조정한다”라는 이론이다.
실제로 미소를 지은 상태에서 스트레스 과제들을 수행하면
심박수와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의 상승폭이 낮아진다는 인체 실험도 다수 보고 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목소리 연기를 하기 직전에 가벼운 미소로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는 전략은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몰랐던 지망생 시절에도 나는 거울을 보고 미소 짓는 연습을 수없이 했다.
힘들고 지친 성우 지망생의 우울한 눈빛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고, 내 우울함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나의 내레이션에는 부드러움이 없었기 때문에 더 신경 썼던 것도 있다.
입꼬리가 떨리더라도 미소 지으며 “안녕하세요.”를 반복하며,
서비스직 직원처럼 웃으며 대사들을 이어나갔다.
덕분에 지금은 오랜 시간 미소 지어도 입꼬리가 흔들리지 않을 만큼 근육이 단련되었다.
그리고 이런 밝고 친근한 정서는 전파를 타고 고스란히 청취자에게 전달된다.
다정하게 들리는 목소리는 호감도와 신뢰감을 높이고,
미소 한 끗은 음색과 발음, 그리고 감정 전달이라는 세 가지 요소의 능력치를 동시에 끌어올려준다.
그렇기에 내레이션 녹음 현장에서는 기본값으로 웃는 표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내레이션의 장르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되도록이면 학생들에게 항상 미소 지으며 읽으라고 조언한다.
친근함과 신뢰감, 활력.
이런 키워드가 필요한 녹음이라면, 혹은 누군가를 상대해야 하는 자리가 있다면
‘미소’만큼 확실한 퀄리티 상승 장치는 없다.
미소는 노력 대비 효과가 놀라운, 가장 작은 발성코치이자 심리 처방이다.
짧은 순간이지만 목소리와 마음이 동시에 가벼워지는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입꼬리를 광대까지 끌어올려보자.